40년 만에 적에서 친구로 …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첫 미국 방문

입력 2015-07-07 02:33
올해는 베트남전이 끝난 지 40주년, 미국과 베트남이 외교관계를 복원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최근 수년간 미국과 베트남 관계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미국 국무부 고위관리들도 놀랄 정도라고 전했다.

NYT는 이날 베트남 다낭발 기사에서 베트남전에서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양국 참전용사들이 정기적으로 열고 있는 파티를 소개했다. 베트남전에 참가한 미국 텍사스 출신의 해병 래리 베터는 전날 독립기념일 파티를 열었다. 참석자 중에는 베트남전 때 미군에 잡혀 9년 동안 고문을 당한 참전자나 미군의 포격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참전자도 있었다.

베트콩 출신 응엔 티엔은 “우리는 과거를 모두 잊었으며 참전한 미군 병사들에게 우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참전 미군들은 베트남 민간인들로부터 더 큰 호감을 얻고 있다. 미국 해병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2007년 다낭으로 이주한 데이비드 클라크는 “참 이상하지만 여기 사람들이 미군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클라크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미군이 왔다고 하면 공짜로 저녁을 먹이고 온 동네 사람들이 나와 손님으로 대접한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더 나아가 베트남인들은 미국이 아시아에서 더 큰 군사적 지배력을 갖추기를 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장성으로 베트남전에 참가했다 퇴역한 래 반 끄엉은 “여러 대안 가운데 베트남은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이 주도하는 평화)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급변한 양국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응웬 푸 쫑(71)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6∼10일 미국 방문이다. 미국을 방문하는 첫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인 쫑 서기장은 7일에는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미국이 얼마나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양국 간 우호는 특히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등 중국의 세력 확장이 노골화되면서 더욱 돈독해졌다고 NYT는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