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넘게 난소암으로 투병하다 요절한 젊은 여성 과학자의 논문이 저명한 학술지에 실렸다. 이 과학자는 논문 게재를 불과 3개월 앞두고 눈을 감아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울산과학기술대(UNIST)는 고(故) 도윤경(43) 교수가 몸속 면역 반응에 중요한 ‘수지상세포’ 중 하나인 ‘폴리큘러 헬퍼 T세포’의 분화 과정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관련 논문은 세계적 학술지 셀의 자매지 ‘셀 리포츠’ 최신호(6월 30일자)에 실렸다.
혈액 등에 존재하는 수지상세포는 바이러스 등 외부 물질이 체내에 침입할 경우 면역계에 경고 신호를 보내는 등 전반적인 방어체계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한다. 이번 논문은 체내 면역 반응의 비밀을 밝혀 흑사병, 에이즈, B형 간염 등 난치성 질병의 예방백신 개발에 기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도 교수는 지난 3월 말 암이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어렵사리 이룬 연구의 결실을 끝내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도 교수는 면역학 분야에서 촉망받는 생명과학자였다. 세계 최초로 ‘수지상세포’를 발견해 201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고 랄프 슈타인만 미국 록펠러대 교수의 제자다. 포스텍 생명과학부와 서울대 분자생물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국비 장학생으로 미국 버지니아의대에서 면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록펠러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2009년 개교한 UNIST 교수로 부임했다. 활발한 활동을 벌이던 중 2010년 2월 난소암 판정을 받았다.
도 교수는 암 투병 중에도 “사람들이 산속에서 쉬라고 하지만 저는 학교 제 방에서 제일 좋아하는 연구를 하는 것이 좋다. 동료 교수들과 이야기하고 점심 먹고, 커피 내기하는 소소한 일상이 좋다”며 연구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고 한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0일째인 지난 5일 학교 홈페이지에는 추모 글이 많이 올라왔다. 가족과 동료들은 투병 중에도 연구를 쉬지 않던 그를 그리워했다.
도 교수의 남편인 순천향대 의생명연구원 류성호(47) 교수는 “아내가 고통을 참으며 후학들에게 가르치려 한 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자부심이었다”면서 “진통제를 맞고 학교로 향하던 모습이 선하다”고 말했다.
20여년 과학자의 길을 함께 걸어온 류 교수는 도 교수와 이번 논문을 함께 이끈 공동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려 아내의 마지막 연구를 지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큰 업적 남기고 떠난 도윤경 UNIST 교수 “에이즈 등 난치병 예방백신 개발 가능성 제시”
입력 2015-07-07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