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생이던 지난해 10대들의 고민 상담 애플리케이션 ‘홀딩파이브(Holding Five·1004.net)’를 만든 김성빈(19·서울여대 기독교학과)씨는 ‘갈등을 해결하는 커뮤니케이터’가 되는 것이 꿈이다. 홀딩파이브의 ‘홀딩’은 아이가 울 때 엄마가 안아주면 안정을 얻게 된다는 심리학 용어 ‘홀딩 이펙트’에서 따온 말이다. ‘파이브’는 자살을 결심한 사람이 우연히 5분간 음악을 듣고 그 마음을 접었다는 이야기에서 벤치마킹한 말로 ‘위기의 순간, 엄마의 마음으로 5분만 안아주자’는 의미다.
단 한 명의 친구만 있어도 자살 안 해요
고교 1학년 때 왕따로 힘겨운 학창시절을 보낸 김씨가 대학에 진학한 뒤, 앱을 운영하면서 만난 청소년들의 고민상담 이야기를 정리한 ‘홀딩파이브 도와줘!’(마리북스)를 최근 펴냈다. 6일 오전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 경북 구미에 내려간 김씨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자살은 특별한 사람만 하는 것인 줄 알았어요. 그러나 제가 그런 상황을 당하니까 누구도 예외일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씨는 자신도 가끔씩 ‘몇 초면 끝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 순간 그에게 가장 절실했던 것은 자신을 믿어주고 자신의 편에 서 주는 단 한 사람이었다. “이때 저는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내가 만약 이 어려움을 극복하게 된다면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들에게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말이죠.”
스마트폰으로 청소년 고민을 풀어주는 앱 개발
김씨는 역발상을 했다. 실제 친구가 아니어도 친구 이상으로 좋은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것이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탄성을 질렀다.
“스마트폰은 학교폭력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낮에는 학교현장에서 그리고 밤에는 스마트폰에서…. 학교폭력을 24시간 확장해 주는 것이 스마트 폰이었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아이들이 목숨을 끊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지고 있는 물건이기도 했어요.”
김씨는 스마트폰으로 청소년 고민 해결을 돕는 앱을 만들 생각을 했다. 2학년 때 용기를 내 모 학습지 회사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 도움을 청했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3학년이 된 지난해 봄이었다.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 주변의 친구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때 김씨는 부모님께 이렇게 말했다.
“어른들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시지만 늘 우리가 필요한 그 시점에는 없거나 외면하시는 것 아닌가요. 지난해에 앱을 만들었다면 지금쯤 우리 청소년들에게 참 많은 위로가 되었을 텐데….”
김씨의 아버지는 결국 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미안하구나. 다시 한번 그 기획을 가져와 봐라.” 고 3이기 때문에 집에 오면 밤 11시30분쯤 되었다. 매일 새벽 2∼3시까지 기획하고 정리하는 일이 반복됐다. 김씨는 마침내 부친의 도움을 바탕으로 최소 비용을 들여 제작해주겠다는 회사까지 만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 앱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대입수능을 치르기 얼마 전이었다.
1만500여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이 앱은 애초에 10대들을 대상으로 만들었지만 20∼30대 성인은 물론 청소년 자녀들 둔 부모들까지 찾고 있다. 힘들어하는 왕따 직장인, 아내가 자꾸 여행을 가서 걱정이라는 남편, 그리고 임신에 대한 불안을 안고 있는 대학생들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사연이 올라온다.
그러나 역시 대부분은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앱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은 자신보다 훨씬 더 심한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남자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해서 그 스트레스로 원형탈모증에 걸리고 자해를 하면서 자살을 기도한 친구의 이야기, 함께 점심 먹을 친구가 없어서 집에서 가져온 음식을 화장실에서 먹으려는데 개미가 달려들어 굶어야 했던 웃기고도 슬픈 이야기 등 다양하다.
작은 이야기일지라도 누군가에겐 생명의 줄…
누군가의 작은 이야기가 다른 누군가에겐 생명의 줄이 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는 김씨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온 세상에 전하는 커뮤니케이터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지금은 아이폰용 앱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는 청소년 힐링캠프와 청소년 팟캐스트도 만들고 싶다. 또 청소년들의 끼와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여러 가지 플랫폼도 만들 생각이다. 그 속에서 재원을 마련해 복합적인 청소년 꿈 희망 프로젝트를 만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사는 사회는 늘 크고 작은 문제로 갈등을 빚게 되어 있습니다. 이때 소통이라는 것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라고 믿어요. 제가 홀딩파이브를 만든 것도 가해자, 피해자, 그리고 방관자가 모두 함께 소통하고 역지사지하면서 집단의 지성을 모아서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풀어 보자는 취지입니다. 당장은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제게 청소년 시기는 아픈 손가락 같은 것이었고, 청소년 때의 경험이 사회로 연결되기 때문에 상처받는 청소년들이 위기를 넘어서 꿈과 희망을 노래하게 하고 싶습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힘들어 하는 10대들 마음 풀어주는 친구죠”… ‘청소년 고민 상담 앱’ 개발 운영하는 김성빈 대학생
입력 2015-07-08 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