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늪’ 탈출 진땀-유커 몰려 행복한 비명… 표정 엇갈린 한·일 유통가

입력 2015-07-07 02:38

지난 3일 일본 나리타국제공항 면세점 내 대형상품 근처에는 중국어와 영어로 ‘기내에 반입할 수 있는 수하물 사이즈를 넘길 위험이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기 시작했다. 안내문이 붙은 것은 중국 관광객의 ‘폭풍 쇼핑’ 때문이다. 중국 관광객은 출국 수속 시 큰 화물을 붙인 뒤에도 면세점에서 밥솥 등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바람에 수하물 제한을 넘기기 일쑤였다. 수하물 제한을 넘기면 별도 수속이 필요해 비행기 출발이 늦어지는 경우가 잦아지자 일본 공항 측이 안내문을 붙인 것이다.

공항까지 이어지는 중국 관광객의 쇼핑 행렬로 일본 유통업계의 호황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주요 백화점 4개사가 지난 1일 발표한 6월 매출 신장률은 모두 전년 대비 플러스를 기록했다. 4월 이후 3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이다.

이 같은 호조는 일본 내수가 살아난 영향도 있지만 외국 관광객의 면세 매출이 백화점에 따라 3∼5배 증가한 영향이 컸다. 일본 백화점 미쓰코시이세탄의 경우 지난해 동기 대비 면세 매출이 3.5배 증가했다. 다카시마야(3.9배), 소고우·세이부(3배) 역시 면세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J프론트의 주요 9개 점포 면세 매출은 5.2배까지 신장했다.

반면 지난달 국내 유통가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직격탄으로 고된 시간을 보냈다. 6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 3개사의 6월 전년 대비 매출은 모두 감소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대다수를 차지했던 중국인 매출이 큰 폭으로 꺾였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중국인이 사용하는 은련카드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6%에 그쳤다. 지난해 6월 70%, 올해 1∼5월 누적 매출이 52% 신장한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현대백화점도 사정은 비슷해 지난해 6월 은련카드 매출은 79.1% 신장했지만 지난달에는 22.6%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신세계백화점의 사정은 더욱 나빠 지난해 6월에는 은련카드 매출이 14.4% 신장했지만 올해는 매출이 거꾸로 29.6%나 감소했다.

여름 성수기가 시작되는 6월 실적이 부진을 거듭함에 따라 국내 유통가는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항공·호텔업계 등과 함께 중국 여행사 대표 및 파워블로거를 초청하는 행사를 잇달아 마련해 중국 관광객의 발길을 다시 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단체 관광객의 경우 쉽게 수요를 회복하기 힘들어 성수기인 7·8월까지 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등 단체 관광 비중이 큰 경우 메르스 여파를 걷어내기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