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 분명히 표명할 때다

입력 2015-07-07 00:50
국회가 6일 본회의를 열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안(再議案)을 상정했으나 새누리당의 투표 불참으로 처리가 무산됐다. 새누리당이 투표에 집단 불참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사실상 수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야당의 강력한 반발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입장에 동조한 것은 당청 간 최악의 불화를 막겠다는 의도로 이해된다. 국회의 위상과 체면을 구긴 게 사실이지만 새누리당으로선 차선의 선택이었다고 본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재의안 표결을 무산시켰음에도 당청 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지 못했다는 점이다. 당청 불화의 핵심인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유 원내대표에 대한 거부감을 명확히 표시했다. 이후 새누리당 내 친박 세력의 잇단 자진사퇴 요구에도 유 원내대표는 10일 이상 버텨 왔다. 친박 의원들이 요구한 ‘재의 무산 직후 사퇴’도 일단 거부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할 경우 청와대와 당, 당내 친박과 비박 간 갈등 격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파국을 초래할 수도 있다.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가 계속해서 힘겨루기하는 듯한 모습은 볼썽사납다. 대통령이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여당의 원내 지도자를 ‘찍어내기’하려는 것은 원론적으로 볼 때 잘못이다. 유감 표시와 함께 앞으로 정부에 잘 협조해주길 당부하는 선에서 끝내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함께 갈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한다면 국가경영 차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따지고 보면 유 원대대표의 책임도 작지 않다. 이번 사태를 초래한 주인공임에 틀림없다. 그는 야당과 공무원연금법 개정 문제를 협상하면서 그것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국회법 개정에 덜컥 합의해줬다. 그것도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조항을 삽입함으로써 여권에 큰 분란을 일으켰다. 소속 의원 대다수가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지만 그 일차적 책임은 협상을 총지휘한 원내대표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국회의 재의안 표결 무산으로 개정안이 사실상 폐기됐다면 원내대표가 어떤 형식으로든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는 게 옳다. 김무성 당 대표가 대국민 사과를 했다고 해서 면책될 수는 없다.

유 원내대표의 임기는 내년 5월이다. 지금과 같은 어정쩡한 상태로 그때까지 당을 이끌고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가 자리를 지키려면 대통령으로부터 최소한의 신뢰를 얻어내야 한다. 자신을 밀어내려는 친박 의원들과도 믿음의 공감대를 일정 부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분명한 것은 어느 쪽이든 하루라도 빨리 거취 표명을 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