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명의 보통 사람들을 통해 광복 이후 70년의 한국 현대사를 개괄하는 전시가 열린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7일 개막하는 광복 70년 기념 특별전 ‘70년의 세월, 70가지 이야기’가 그것이다.
전쟁 중에 10대 소년으로 구두닦이를 했던 철도공무원 황인덕씨가 간직해 온 구두닦이통, 피란을 가지 못하고 서울에 남아 6·25전쟁 당시의 상황을 적은 역사학자 김성칠씨의 일기, 6남매를 키운 조봉래씨가 평생 사용한 밥주걱과 막내아들의 대학입시 수험표, 시장 상인으로 살아온 김말련씨가 40년가량 사용해 온 양은냄비,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한 토목공학자 전몽각씨가 쓰던 1950년대 카메라, 1998년 IMF 명예퇴직 1세대였던 은행원 정석희씨의 주판, 팬택앤큐리텔의 엔지니어 박정희씨가 처음 개발한 휴대전화, 2000년 탈북한 김혁씨가 가지고 나온 유일한 아버지 사진 등 300여점이 전시된다.
박물관은 연령과 성별, 직업, 지역 등을 고려하면서 현대사를 대표할 만한 보통 사람들 70명을 선정했고 이들의 물건과 사진을 인터뷰 영상과 함께 전시했다.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왕식 관장은 “광복 이후 70년의 우리 역사를 만들어온 건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었다”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유물에 주목하는 이 전시는 한국 현대사를 새롭게 보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물관 1층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귀국선과 피난열차’로 광복 이후부터 전쟁이 끝난 1950년 중반까지의 사회상을 보여준다.
전쟁 시절 군예대원으로 활동했던 코미디언 구봉서씨 사진도 나와 있다. 2부는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룬 시기를 ‘일터에서 거리에서’라는 제목으로 조명한다. 경부고속도로와 지하철 1호선 건설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3부 ‘인생극장: 우리 시대 사람들, 그리고…’는 IMF 이후 현재까지를 다룬다.
박물관은 3000여명의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한 한국 현대사 70가지 사건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대한민국을 그리다’ 전시를 후속으로 선보인다. 또 12월에는 새로 마련되는 기획전시실에서 ‘함흥철수’를 주제로 한 특별전을 연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구두닦이통·일기·밥주걱… 보통 사람들이 만든 ‘현대사’
입력 2015-07-07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