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민들이 채권단의 긴축 재정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5일 치러진 투표에서 20% 포인트 이상의 압도적 차이로 채권단의 추가 긴축을 반대했다. 앞으로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지, 아니면 채권단의 추가 지원이 이어질 것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당장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그리스와 관련된 위험 노출액이 크지 않아 직접적 충격은 미약한 편이다. 그리스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은 전체의 0.2% 내외에 불과하다. 유로존에서 그리스가 차지하는 경제 비중도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 결과가 발표된 이후 국내에 미친 여파는 만만찮았다. 외환시장은 비교적 차분했으나 코스피는 3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의 폭락세를 보였다. 시장 참여자들이 그리스 문제를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리스 사태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대외 불확실성의 장기화 가능성에 따른 우려가 높다. 더욱이 중국발 경착륙 위기,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러시아와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 등 국제경제의 잠재 위험 요인이 그리스 사태와 결합될 경우 파장이 확대될 것은 분명하다. 그리스 사태가 국제 금융시장의 예상과 달리 그렉시트 현실화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에 특히 주목해야겠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그렉시트가 단행된다면 국내 주가가 26.5%정도 떨어지는 등 실질경제성장률도 크게 하락할 것으로 지적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지금 우리 경제가 너무 취약하다는 점이다.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 등이 심화돼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될 정도로 다급한 상황에서 그리스 사태라는 악재가 발발했다는 데 고민이 깊다. 기획재정부가 중심이 돼 비상계획을 짜고 있으나 이 정도로는 안 된다. 추경의 조속한 처리 등 현안에 대한 정치권의 협조도 절실하다. 그리스 사태는 최악의 가능성에 대비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부는 상황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일사불란하게 대응해야 후폭풍을 최소화할 수 있음을 각별히 유념해야 겠다.
[사설] 강제긴축 거부한 그리스 사태 후폭풍 예의주시를
입력 2015-07-07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