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19일 서울 관악구 난곡로 주사랑공동체교회 ‘베이비박스’에 한 갓난아기가 왔다. 아기 옆에는 ‘이○○’라는 이름과 4월 15일생이라는 내용이 적힌 쪽지만 있었다. 베이비박스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는 이들을 위해 마련됐다. 아기 몸무게는 3.3㎏, 키는 50.1㎝. 건강한 여자 아기였다.
아기는 엿새 뒤 서울의 한 보육시설로 옮겨졌다. 한 달간 보육교사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건강하게 자랐다. 그해 5월 15일 새벽 4시30분쯤, 아기는 갓난아기들이 그렇듯 이유 없이 울었다. 보육교사 A씨(여)가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켰지만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A씨는 아기를 이불 위에 엎드리게 한 뒤 등을 토닥였다. 아기는 곧 잠이 들었다. 잠든 것을 확인한 A씨는 다른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자리를 떴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나고 아기는 ‘토사물 흡입으로 인한 호흡부전’으로 숨을 거뒀다. A씨가 1시간 전에 먹인 분유 120㎖가 세상에서의 마지막 식사였다.
검찰은 아기를 엎드려 재우고 주의를 소홀히 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A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김수일)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A씨의 무죄 판결을 유지한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통상적으로 영아 보육교사에게 요구되는 업무상 주의 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A씨가 아기를 엎드려 재우고 1시간 방치한 행위와 영아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한 달간 짧은 삶 마치고 떠난 아기 엎드려 재운 교사 2심서도 무죄
입력 2015-07-07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