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의 합의로 ‘메이지 산업혁명 시설’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대신 일본 정부가 일제(日帝) 강점기의 ‘조선인 강제노역’을 처음 공식 인정했다. 한·일 양국 정부가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쟁점이 협상으로 풀린 것은 적지 않은 외교적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세계유산 등재를 큰 목표로 내세운 일본 정부는 세계유산위원회 회원국 임기가 종료되는 내년까지 유네스코의 심사가 연기될 경우 더 불리한 입장에 놓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 전체를 반영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요구가 관철된 것이다.
물론 일본 정부 대표단 발언록의 해석을 놓고 다툼이 불거졌지만 발언록은 분명하게 강제노동을 언급하고 있다. 사토 구니 주유네스코 대사의 지난 5일 영어 발표문은 “많은 한국인 등이 그들의 의사에 반하여 동원돼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로 노역했다”는 표현을 담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6일 사토 대사의 발언에 대해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국내 여론 무마용이자 강제징용의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해석된다.
또한 ‘일본은 정보센터 설립 등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권고한) 해석 전략에 포함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약속했다. 발언록에 담긴 이런 취지들을 등재 결정문 본문이 아닌 각주(脚註)에 담았고, 그나마 발표 내용 자체가 아니라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 발표를 주목한다’ 정도로 표기된 것은 아쉽다. 이 각주와 일본 대표단의 발언록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일본 정부의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일본은) 이날 양국의 타협을 한·일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정부도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의 감정적 대응에서 벗어나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적극적 외교 행보에 나서야 한다.
[사설] 세계유산 등재 둘러싼 한·일 타협 성과 살려가야
입력 2015-07-07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