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6일(현지시간) “채권단이 단순히 자신들의 합의안을 수락하도록 압박만 해온 것이 아니라 그리스 정부도 함께 제거하기 위해 그리스를 겁박해 왔다”며 “채권단의 협상 태도는 유럽 근대사에서 볼 때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적어도 총알을 피했다는 점만으로도 그리스 국민투표 부결은 유럽의 승리이자 유럽 통합 정신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와 급진 좌파연합(시리자)이 국민투표에서 승리, 어떤 일이 벌어지든 이들의 협상력(hands)이 강해져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채권단의 가혹한 긴축 등에 대해 비판해 온 크루그먼 교수는 이번 결정이 그리스와 유럽 전체의 발전에도 이롭다고 말했다.
크루그먼은 자신을 위협하고 겁박하는 채권단의 압박에 맞서 일어선 그리스 국민들을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다면서 구제금융 합의안이 국민투표에서 통과됐다면 유럽 역사에 아주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전망에 대해선 “(유로존 탈퇴는) 괜찮은 방법(decent case)”이라며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류하든 탈퇴하든 이번 투표 결과는 민주주의가 기존의 화폐(드라크마)를 재도입하는 등의 통화 선택보다 훨씬 중요함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29일에도 그렉시트가 나타나도 지금보다 사태가 급격하게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신이라면 협상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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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반란] “채권단, 그리스 정부 제거하려 겁박 유럽 근대사에서 볼 때 부끄러운 일”
입력 2015-07-07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