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요즘 작지만 눈에 띄는 일이 하나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최근 ‘교육연정(聯政)’을 선언한 것이다.
남 지사는 여당 소속이고 이 교육감은 야권 출신이다. 두 사람은 전임 김문수 도지사와 김상곤 교육감이 대립했던 것처럼 지난 1년 동안 여러 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어 왔다. 예를 들어 남 지사는 오전 9시 이전에 학생들에게 예체능, 창의력 증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꿈의 교실’을 중점 추진한 반면 이 교육감은 ‘9시 등교’ 방침을 고수했다. 그랬던 두 사람이 서로 한 발씩 양보했다. 초등학교 노후 화장실 개선, 교육 관련 테마파크 조성 사업도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다. 경기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같은 법정 전출금을 교육청에 앞당겨 지급하고, 도지사와 교육감이 참석하는 협의회도 정례화하기로 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이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는 것에 비하면 신선하다.
물론 갈등이 무조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정책을 둘러싸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고 갈등을 무조건 회피해서도 안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식민지 시절이나 군사독재 치하에서 협력하지 않고 저항하고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갈등은 불가피했다.
그러나 우리 정치에서 여야나 상대 계파는 적이 아니라 선의의 경쟁 또는 협력 대상이다. 서로 갈등하기보다 협력하기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친박과 비박, 친노와 비노, 여야 간 갈등은 국민들이 바라는 것과 거리가 멀다.
남 지사는 취임 직후부터 여소야대인 경기도의회의 다수당인 새정치민주연합과 연정을 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에 사회통합부지사 자리를 내주고 보건복지, 환경, 여성가족 분야 등에서 인사권과 예산권을 넘겼다. 최근에는 강원도청을 방문해 새정치연합 소속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사회간접자본 확충, 비무장지대 공동 방제, 소방활동 공조, 공무원 인적 교류 등을 약속했다. 경기도 내 야당 소속 기초단체장이 이끄는 지자체를 포함해 31개 시·군과도 정책 공조를 시도하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야당이나 진보 세력과 협력을 시도하는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정치 성향이나 진영을 떠나 민생 분야와 관련해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경쟁할 것은 경쟁하면서 상생과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유럽 최장수 여성 총리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13년 이념과 노선이 다른 제1야당인 사민당을 연정 파트너로 선택했다. 장관직 15개 가운데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 외무, 법무장관 등 6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2005년 고 노무현 대통령이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 운영이 힘들어지자 당시 박근혜 대표가 이끌던 한나라당에 총리 자리 등 권력 상당 부분을 내주는 대연정을 제안했다가 거부당한 적이 있다. 지금은 박 대통령이 야당은 물론 여당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야당의 협조 없이는 안건 처리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여소야대도 아니고 여대야소인 상황인데도 대통령과 정치권이 대립하는 것을 보면 리더십의 문제를 떠나 우리 정치구조와 문화가 잘못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갈등과 대립이 일상화되어 있는 정치판을 바꿀 시기가 된 것 같다. 갈등을 해결하고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서는 연정이든 정계개편이든 가리지 말고 폭넓고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이 아니라 의미 있는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출현해 선거제도와 권력구조 개편까지 추진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신종수 편집국 부국장 jsshin@kmib.co.kr
[돋을새김-신종수] 경기도 聯政과 한국정치의 희망
입력 2015-07-07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