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첫 주에 150만 관객을 모은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3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영화 ‘연평해전’, 500만 관객을 단숨에 넘긴 스필버그 감독의 기획작 ‘쥬라기 월드’. 6일 현재 세 편의 매출액 점유율이 전체의 88.4%다. 잘 되는 영화에만 관객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하지만 입소문에 힘입어 관객의 발걸음이 꾸준한 작은 영화들도 있다. 치고받는 영화와 달리 차분하게 감상할 수 있는 3편을 소개한다.
◇10만 관객 돌파 ‘심야식당’=지난달 18일 개봉된 일본영화 ‘심야식당’은 50여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며 10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다양성 영화의 10만 관객은 블록버스터 영화의 100만 관객과 비교되는 수치다. 자정에 문을 여는 도심 골목의 심야식당에서 저마다 사연을 가진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는 이 식당의 음식처럼 소박하되 맛깔스럽다.
2007년부터 일본에서 연재된 동명만화가 아시아에서 인기를 끌었으며 국내에도 두터운 팬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 TV드라마를 연출한 마쓰오카 조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푸드 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미가 음식을 맡았다. 심야식당의 주인 마스터를 연기한 고바야시 가오루는 이웃집 아저씨 같다. 음식을 통해 그리움을 전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작품이다. 12세 관람가. 120분.
◇독립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회오리바람’(2009) ‘잠 못 드는 밤’(2012)으로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장건재 감독이 일본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제안으로 촬영한 독립영화다. 일본 나라현의 작은 도시 고조 사람들의 옛 기억과 현재의 삶을 다큐멘터리처럼 화면에 담았다. 지난달 11일 개봉 이후 30여개 스크린에서 2만5000명을 모았다. 독립영화 치고는 성공적이다.
한여름의 도시에 흘러들어온 사람들과 그곳에서 계속 살아온 사람들은 함께 풍경을 바라보고, 골목을 걷고, 대화를 한다. 우연으로 시작된 인연은 필연으로 마무리된다. 영화는 어떤 요란한 기교도 부리지 않고 이 여정을 평온하게 지켜본다. 나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부산·로테르담·홍콩·로스앤젤레스 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전체관람가. 97분.
◇3개월 장기 상영 ‘윈터 슬립’=지난해 제67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안락한 삶 속에서 도덕을 논하며 자기만족에 빠진 지식인의 위선과 인간의 본성을 예리한 시선으로 파고든다. 주인공 이름 아이딘은 터키어로 ‘계몽된 지식인’이라는 뜻이다. 5월 7일 개봉돼 1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아트하우스모모 단관 상영에 러닝타임 196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아이딘은 지성과 언변을 앞세워 주변 사람들을 판단하고 통제하려 하지만, 정작 자신의 허물은 잘 보지 못한다. 칸 영화제 8회 수상에 빛나는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은 미워할 수 없는 인물 아이딘을 통해 인간이 가진 도덕과 위선의 아이러니를 절묘하게 드러낸다. 세계 100대 경관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터키 카파도키아의 풍경도 볼거리다. 15세 관람가.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대작은 아니어도 큰 울림이 있다… 관객몰이하는 작은 영화 3편
입력 2015-07-08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