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샌드위치 업체에서는 1주일에 한 번씩 각 매장으로 일명 ‘미스터리 쇼퍼’라 불리는 모니터 요원을 보낸다. 직원들의 고객 응대 서비스를 체크하기 위해서다. 손님 입장에선 필요한 시스템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직원들은 더 힘들고 팍팍한 감정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서비스산업이 확대되면서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감정노동은 직업상 고객을 대할 때 자신의 감정이 좋거나 슬프거나 화나는 상황이 있더라도 회사에서 요구하는 감정과 표현을 고객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자신의 감정을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일까.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자신의 감정과 관계없이 억지 미소를 지어야 하는 ‘스마일 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한다.
감정노동의 위험직종은 영업·판매 서비스업(콜센터 상담원, 백화점 판매원, 음식·숙박업 종사자, 항공사 승무원 등)과 보건·의료·사회복지서비스업(간호사,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사회복지사) 등이 꼽힌다. 우리나라에는 약 700만명이 종사하고 있는데, 전체 임금근로자의 30∼40% 수준이다. 생각보다 많은 근로자들이 감정노동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감정노동이 개인과 조직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다. 감정노동을 연구하는 미국의 얼리샤 그랜디 교수는 감정노동이 개인에게는 직무만족도 저하를 가져오고, 조직에는 생산성 감소와 이직률 증가를 초래한다고 했다. 감정노동 종사자들은 하루 종일 긴장된 상태에서 자기가 아닌 전혀 다른 사람으로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2013년 한국직업건강간호학회에서 감정노동 종사자 26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감정노동 근로자들이 스스로 느끼는 건강 수준이 ‘나쁘다’고 응답한 비율은 22.1%로, 안전보건공단의 근로환경 조사에서 나타난 4.5%보다 네댓 배 이상 높았다. 감정노동 종사자들이 가장 많이 겪는 건강문제는 허리와 목의 통증으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7.6%가 통증을 호소했다.
반면 감정노동의 중재방안에 대한 영국 보건안전청의 지침(2008)에서는 ‘감정노동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단순히 전통적인 스트레스 요인의 하나로 보는 관점이나 이를 줄이거나 통제한다는 접근방식도 적절치 않다. 감정노동의 부정적인 영향을 제거하려는 노력과 동시에 가능하다면 감정노동의 긍정적인 면도 고양시키는 방법을 같이 찾는 것이 적절한 관리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감정노동이 사회적인 문제로 이슈화되면서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작년부터 감정노동 관리 서포터스를 구성해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관리방안을 컨설팅해주고 있으며 올해는 대형마트, 호텔 등의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컨설팅이 이뤄지고 있다. 감정노동 종사자 보호 매뉴얼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천하는 기업들 사례는 다른 기업들과 공유하게 할 계획이다. 또한 감정노동 관리에 대한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감정노동으로 인해 나타나는 직무스트레스와 건강장해와의 의학적 연관성, 사례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조만간 업무상 재해에 대한 산재 인정기준이 명확해지도록 노사 논의를 거쳐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을 개선할 예정이다.
감정노동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관심을 갖고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정부, 기업, 근로자, 소비자, 그리고 전문가들이 한마음이 되어 감정노동 문제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야 할 것이다.
안경덕(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
[기고-안경덕] 감정노동은 사회적 숙제다
입력 2015-07-07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