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인 강제징용 사실을 인정한 메이지(明治) 산업혁명 시설은 앞으로 국제사회의 꼼꼼한 감시를 받게 된다. 단순히 징용 시설에 대한 안내에 그치지 않고 향후 수년간 후속 조치를 밟아야 한다.
일본은 세계유산위원회(WHC) 심사 이후 발언에서 ‘1940년대에 많은 한국인이 자신의 의지에 반해 가혹한 환경 속에서 강제노역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보센터 등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도 부연했다.
‘의지에 반해(against their will)’란 문구와 함께 ‘강제노역(forced to work)’이란 강한 표현이 들어간 것에 대해 우리 정부는 고무된 표정이다. 외교 당국은 일본이 공식적으로 이런 견해를 밝히는 건 전례가 없는 일로 판단하고 있다.
등재 결정문에는 ‘이런 일본의 발표를 주목한다’는 내용의 주석(footnote)가 첨언돼 공식 결정문의 일부로 기록된다. 국제사회는 일본의 후속 조치도 점검하게 된다. 우선 2017년 12월까지 세계유산센터에 후속 조치에 대한 경과보고서를 제출하고, 2018년 열리는 제42차 WHC 회의에서 이를 검토한다. 만약 일본이 후속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을 경우 위험 유산으로 판정되고 세계문화유산에서 삭제될 수도 있다. 위원회 명의의 권고나 시정요구 등 다각도로 점검하는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
이처럼 전향적인 결과가 나온 것은 우리의 외교적 노력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압력 덕분이었다. 일본은 막판까지 ‘강제(forced)’란 단어를 두고 집요하게 반대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19개 WHC 위원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압력이 들어가자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위원국들은 일본의 근대 산업시설에서 이뤄진 강제징용 사실은 거의 모르는 상태였다. 각 국을 찾은 정부 당국자들이 역사적인 사실과 인권적인 문제를 들며 설득에 나섰다. 각 국은 희생자 추모 등 상징적 조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일본을 압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실제 이번 WHC 회의에서는 양국 간 협의가 안 될 경우 일본의 신청을 다음 회의로 연기하는 분위기도 일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세계 유수 언론에서도 일본의 신청 사실을 문제 삼으면서 일본으로서는 우리 측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다만 문화적 관점의 판단일 뿐 법적 구속력은 담보할 수 없어 강제징용 피해자의 배상 소송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강준구 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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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강제노역’ 사실 알리기 위한 후속조치 시행해야
입력 2015-07-06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