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헤르메스… 국제 헤지펀드들, 삼성 협공 나서나

입력 2015-07-06 03:00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가 삼성정밀화학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하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삼성정밀화학 측은 일단 헤르메스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 성격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삼성물산이 분쟁을 벌이는 시점이어서 국제 헤지펀드들이 삼성그룹을 상대로 협공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헤르메스는 과거 삼성물산 지분을 집중 매입해 공격한 전력이 있는 데다 이번에 엘리엇과 같은 법무법인을 대리로 내세웠다.

삼성물산은 국제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반대한 데 대해 “ISS 보고서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헤르메스, 삼성정밀화학 주식 5% 이상 대량보유 공시=헤르메스는 지난 3일 삼성정밀화학 주식 129만5364주(5.0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삼성SDI(14.65%) 삼성전자(8.39%) 한국투자신탁운용(9.99%) 국민연금(5.1%)에 이어 삼성정밀화학의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특히 지난해 말까지 지분 2.9%를 보유하고 있다가 지난달 25∼26일 이틀간 지분을 집중 매입했다.

헤르메스의 지분 공시가 관심을 끄는 것은 이들의 과거 때문이다. 헤르메스는 2004년 삼성물산 지분을 5%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후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고, 적대적 인수·합병(M&A)까지 거론하며 주가를 띄운 뒤 300억원대 차익을 챙겼다. 다만 삼성 측은 헤르메스의 지분 매입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기보다 투자 수익을 위한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다. 헤르메스가 지분 공시를 하면서 경영 참여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일 때 주로 활용하는 약식 서식을 활용했고, 삼성정밀화학의 특수관계인 지분이 31.23%에 달해 14% 정도인 삼성물산보다 경영권 방어에 유리하다. 또 삼성정밀화학이 삼성그룹 내 지배구조에서 하단에 위치한다는 점도 근거로 든다.

하지만 엘리엇과 삼성물산의 분쟁이 격화하고 있는 시점에 헤르메스도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 매입에 나선 점은 껄끄럽다. 헤르메스가 지분 공시를 하면서 현재 엘리엇의 소송 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넥서스를 내세운 점도 삼성 입장에선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삼성물산, “ISS 보고서 신뢰성에 우려”=삼성물산은 5일 제일모직과의 합병 반대를 권고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의 보고서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부정확한 정보를 충분한 검토 없이 인용해 주주들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ISS는 합병이 성사되지 않으면 22.6%의 주가 하락을 예상하면서도 객관적·합리적 설명 없이 미래 불특정 시점에 삼성물산 주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니 합병에 반대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합병 비율이 국내법에 따라 결정됨을 인정하면서도 한 번도 실현된 적 없는 11만원을 삼성물산 목표주가로 제시해 이를 근거로 1대 0.95라는 합병 비율을 권고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이어 “합병 발표 후 주가가 15% 상승한 것을 두고 ISS 스스로 시장이 합병과 시너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바이오사업 가치 등은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설사 순자산가치를 바탕으로 합병 비율을 산출해도 1대 0.95는 비현실적”이라며 “국내외 애널리스트의 제일모직 평균 목표주가는 17만4000원이며, 삼성물산 주가는 한 번도 10만원을 넘은 적이 없다”고 부연했다.

백상진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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