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니면 말고’식 엉터리 경제성장률 전망 ‘세입추경’ 논란 정부가 자초

입력 2015-07-06 02:34

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및 가뭄 등의 영향으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안을 발표했지만 그 절반가량이 세입추경으로 이뤄지면서 정부의 엉터리 세수 추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 야당은 세입결손을 보전하기 위한 추경에 반대하고 있어 국회 통과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3일 11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 편성안을 발표했다. 이 중 절반 가까운 5조6000억원은 세입결손 보전을 위한 ‘세입추경’이다. 정부는 6일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지만, 야당은 세입추경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메르스, 가뭄 맞춤형 추경이 아니라 재정 파탄과 경제 실정을 감추는 세입보전용 추경으로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말이 딱 맞다”고 비판했다.

이번 세입추경 논란은 정부가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나치게 높게 잡고, 이에 따라 세입 목표치도 현실성 없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예산을 편성할 때 실질경제성장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경상(명목)성장률을 6.5%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3.9%에 그쳤다. 2012년에도 7.3%를 예상했지만 3.3%에 그쳤고, 2013년에도 전망치는 6.9%였지만 성장률은 3.7%에 머물렀다. 정부는 경상성장률을 기초로 세입 목표치를 설정하는데, 성장률 전망치가 틀리면 세입도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게 된다. 실제로 국세수입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각각 2조8000억원, 8조5000억원, 10조9000억원 부족했다.

올해에도 정부의 엉터리 전망은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경상성장률을 6.1%로 전망했다가 최근 3.8%로 하향조정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의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제 전망으로 재정운용이 차질을 빚음으로써 정부기관의 예측력에 대한 신뢰가 상실됐다”고 꼬집었다.

또 경상성장률과 국세수입 증가율 간 괴리 현상이 커지고 있는데 세수추계 모형을 정부가 개선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70년대에 경상성장률·국세증가율 간 상관계수는 0.88이었다. 경상성장률이 1% 포인트 증가하면 국세증가율이 0.88% 포인트 증가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상관계수는 0.42까지 떨어졌다. 현재는 경상성장률에 따라 국세수입이 크게 늘지 않는데도 정부가 경상성장률에 따라 세입 목표치를 높게 잡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정부가 엉터리 경제전망을 개선할 의지조차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세종=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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