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 협상을 두고 그리스와 독일의 악감정이 격해지는 가운데 야니스 바루파키스(오른쪽) 그리스 재무장관과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대리전을 치르는 모양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4일(현지시간) 스페인 일간 엘문도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이 그리스에 하고 있는 일은 ‘명백한 테러리즘’이라고 비난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채권단이 그리스 은행들의 문을 닫도록 강요하는 것은 그리스 국민을 겁먹게 만들려는 것”이라면서 “공포를 퍼뜨리는 것이 바로 테러리즘이다. ‘전시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6개월치 석유와 4개월치 약품을 비축하고 있다”고 여유를 과시했다.
국민투표 찬반에 관계없이 순조로운 협상을 낙관한 그리스 정부에 찬물을 끼얹고, 그리스 채무 경감 필요성 보고서를 내놓은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사래를 치는 등 강경 원칙론을 고수하는 선봉에는 쇼이블레 장관이 서 있다. 쇼이블레 장관은 3일 현지 일간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자구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국민투표를 끝내더라도 구제금융 협상이 이른 시일 내 타결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쇼이블레 장관은 “그리스는 먼저 지원을 신청해야 하며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협상을 개시할지 검토해야 한다”면서 “독일 연방의회가 협상 여부에 관한 찬반 표결을 먼저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스가 찬반 국민투표를 벌인 채권단의 협상안에 대해서는 “더는 협의 대상이 아니다”고 잘랐다.
양국의 감정싸움은 언론을 통해서도 표출됐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3일자 1면에 치프라스 총리가 머리에 총을 겨누는 몽타주와 함께 ‘돈을 내놓지 않으면 쏜다’는 문구를 달았다. 그리스 언론은 옛 독일 나치를 뜻하는 ‘만(卍)’자와 ‘아니요’를 뜻하는 ‘오히(Oxi)’로 1면을 채웠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그리스와 독일이 함께할 수 없는 이유’라는 기사에서 “독일은 수출과 제조업을 기반으로 탄탄한 경제력을 갖고 있고 소비를 절제한다. 반면 그리스인들은 독일인보다 근로시간이 긴 데도 소득이 적고 관광업 중심의 취약한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그리스는 긴축정책을 수용하고 노력해 왔지만 독일은 그렇지 않다고 보는 생각의 차이를 좁히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임세정 기자
[그리스의 선택] 메르켈 VS 치프라스 뺨치는 재무장관들의 氣싸움
입력 2015-07-06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