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갈길 바쁜데… 포스코, 수사 길어져 긴 한숨

입력 2015-07-06 02:03
포스코는 검찰의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압수수색 다음 날인 4일 권오준 회장 주재로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열었다. 회의 장소는 압수수색이 진행됐던 포스코센터 본사였다. 지난 5월 15일 구성된 비상경영쇄신위원회는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권 회장 주재의 회의를 계속해왔고, 검찰의 압수수색과 상관없이 이날도 회의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비상경영쇄신위원회에서는 구조조정, 거래관행, 인사혁신 등 여러 분야 논의가 이뤄졌으나 특별한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5일 “외부에 발표할 만한 내용이 확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포스포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길어지면서 포스코와 권 회장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당초 권 회장은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 인사개편을 포함한 경영쇄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검찰 수사로 땅에 떨어진 포스코의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내부 기강을 바로잡는다는 두 가지 목표였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경영쇄신안 발표를 7월 초 정도로 예상했다. 하지만 포스코 본사 압수수색은 이러한 예상을 흔들었고, 자연스럽게 경영쇄신안 발표도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검찰 수사가 언제쯤 마무리될지도 기약이 없는 상태다. 검찰 내부에서는 ‘포스코의 정상화를 위한 연중 수사’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온 상태다.

재계 일각에서는 “대기업 수사의 경우 환부만 도려내고 신속하게 종결한다”는 김진태 검찰총장의 수사지침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포스코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4개월간 구조조정과 관련한 극심한 냉온탕을 경험했다. 지난달 15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에 포스코건설 지분 38%를 매각해 1조2400억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다. 반면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 검토와 관련해서는 ‘항명 해프닝’을 겪어야 했다. 항명 파동은 쇄신 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생긴 일종의 부작용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조만간 발표될 포스코의 영업실적도 좋지 않을 전망이다. 포스코는 지난 1분기 연결기준 15조1009억원의 매출과 73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소폭 감소하거나 비슷한 수치로,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분기 실적은 1분기에 비해 악화되며 시장전망치를 밑돌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권 회장이 검찰수사와 철강업계 불황 및 실적악화, 구조조정에 따른 내부 혼란이라는 ‘삼중고’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