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뜨거운 건설경기에 수급 걱정까지… 자재업계 즐거운 비명

입력 2015-07-06 02:30

올해 주택건설경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건설자재를 공급하는 업계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자재 수요가 급증하자 하반기에는 줄줄이 수급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걱정까지 해야 될 분위기다.

건설업계는 올해 국내 건설 수주액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120조원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5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4월 누적 수주금액만 42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2007년 같은 기간의 33조7000억원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특히 작년과 비교하면 공공수주는 9.0% 감소했지만 민간수주가 74.9% 증가하면서 수주액 성장을 이끌었다.

자재 수요와 직결되는 주거용 건축 착공면적은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벌써 1779만㎡를 기록했다. 연말에는 작년 전체 면적이었던 4597만㎡를 가볍게 제칠 것으로 예상된다.

짧은 기간 내에 건설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자 이를 뒷받침하는 자재업계가 총체적 물량 부족에 직면한 모습이다. 우선 올해 상반기 고강도 콘크리트(PHC)파일부터 품귀현상을 보였다. PHC파일은 건설공사를 시작하면서 지반에 박는 자재다.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 웃돈을 얹어주면서까지 PHC파일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원심력콘크리트공업협동조합은 지난 4월 PHC파일 출하량이 총 56만5325t을 기록해 지난해 4월 53만7759t에 비해 5.1%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어 후속공사에 쓰이는 자재들이 ‘도미노’ 식으로 물량부족을 겪고 있는 추세다. 올해 초 51만t이었던 국내 7대 제강사의 철근 재고는 지난달 15만t까지 하락했다. 연내 예상되는 철근 수요는 총 1000만t으로 관측된다. 국내 철근 생산능력이 연간 1300만t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급에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제강사들의 철근 재고량이 줄어들면서 대리점 유통가격은 4월 50만5000원에서 5월 51만5000원으로 올랐다.

하반기에는 골재가 파동 수준으로 수급난에 닥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골재는 상반기 수도권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일부 물량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수급이 원활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4대강 준설토가 소진될 조짐을 보이면서 마땅한 골재 공급처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골재협회가 집계한 올해 5월 말 누적 골재수요는 9649만㎥로 공급량 1억248만㎥를 이미 위협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의 사정도 비슷하다. 시멘트 누적 재고량은 4월 말 기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12.3% 줄어든 128만t에 머물렀다. 기초자재들이 수급난을 겪은 뒤에는 스티로폼 등 마감재와 전선업계의 순서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건설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보다 폭넓은 종류의 자재 수요를 유발하기 때문에 한 업계가 수급난을 겪으면 곧이어 관련 업계도 수급불안을 겪게 된다”며 “자재 수입을 늘려 시장을 안정시키는 방법밖에 현재로서는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