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방 업자·박기춘 ‘아파트 유착’ 의혹

입력 2015-07-06 02:56

수도권 아파트 분양대행업체 I사의 비자금 조성 및 수주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5일 I사 대표 김모(44·구속)씨가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사진) 의원의 아파트 분양을 대행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사건과의 관련성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I사 수사 착수 뒤 박 의원 측근이 갑자기 등장해 I사의 각종 증거를 인멸한 사실도 확인한 상태다.

박 의원은 2008년 4월 11일 경기도 남양주 금곡리의 전용면적 156㎡ S아파트를 사들여 지분을 부인과 공유했다. 1년여 뒤인 2009년 11월 30일 소유권 이전 등기를 완료했고,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부동산 가격을 5억3500만원으로 신고했다.

이 아파트는 박 의원과의 친분을 내세워 2008년 초 남양주 일대에서 ‘떴다방’식 분양권 전매를 하던 김씨가 분양을 대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I사를 설립하기 전이었던 김씨는 남양주 주민들에게 S아파트를 중심으로 오남·진접 지역 부동산의 유망함을 역설했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김씨의 인터넷 카페 대화록을 보면 김씨는 카페 회원들에게 “S아파트는 강남에서도 손을 많이 댄다… 대박 냄새가 아주 짙다”고 주장했다. 또 “박 의원을 만나 직통도로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는 식으로 박 의원을 내세워 선전하기도 했다.

검찰은 I사가 대형 건설사의 물량을 수주하며 급성장한 배경을 주목해 왔다. 박 의원 측은 김씨의 분양대행 과정에서 얻은 특혜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 측은 “김씨가 친분을 과시할 빌미를 준 건 할 수 없지만, 미분양을 싸게 산 혜택은 공통적이었다”고 밝혔다. 오히려 분양 후 김씨의 주장과 달리 매매가격이 하락해 손해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S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3억8000만원이 넘는 은행 대출을 일으켰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채권은행만 바뀌었을 뿐 근저당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매매 시세는 현재 4억3000만원 안팎이다. 그럼에도 박 의원은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에 이 아파트의 가격을 수년째 5억3500만원으로 등록해놓고 있다. 박 의원 측은 “값이 너무 하락해 공시지가로도 못하고 실거래가로 신고한 것”이라며 “김씨로부터 자금 도움을 받은 일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검찰의 I사 수사 착수 뒤 박 의원 측에서 나왔던 반응과 사뭇 다르다. 박 의원 측은 “I사 수사는 박 의원의 동생과 관련돼 있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하지만 이후 박 의원의 측근인 경기도의회 의원 출신 정모(50)씨가 I사 수사 관련 증거를 은닉·인멸한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둘 사이의 아파트 분양대행 거래가 확인된 만큼 경제적 이득 제공 여부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I사 직원들을 재차 압수수색해 정씨가 은닉한 자료를 확보했고, 김씨와 박 의원 간 유착을 입증할 증거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국회의 사정을 고려하며 박 의원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인멸을 교사한 사람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나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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