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 긴축만 바라는 채권단, 접근법 바꿔야”… 저명 교수들 주문 이어져

입력 2015-07-06 02:51
그리스 정부가 ‘빚’을 갚도록 하기 위해 긴축을 우선 요구하는 국제 채권단의 기존 접근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저명 경제학자인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4일(현지시간) 기고전문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를 통해 “지금까지 채권단에서 제시한 목표에 도달하는 데 대한 그리스의 어려움”을 감안하면 “이번 위기에 대한 접근법을 완전히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로고프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이 신자유주의 시장 근본주의자들의 조종을 받는다는 일부의 주장은 과대포장”이라면서도 “구제금융이 사회 전반적인 구조 변화를 요구한다면 공공 자금으로 민간의 (채무불이행) 손실을 충당하기보다 민간 채권을 상각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미국의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도 “2010년 그리스가 ‘트로이카’ 채권단과 부채상환 계획을 합의할 때 올해까지 총국가부채를 3500억 달러로 낮추겠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현재 그리스의 총국가부채는 3160억 달러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며 “긴축이 해법이었다면 진작 효과가 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리스 경제의 끝없는 하향곡선에도 계속 긴축만 요구하는 채권단은 미쳤다(crazy)”고 비난하기도 했다. ‘트로이카’로 불리는 그리스 채권단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IMF, 유럽중앙은행(ECB)이다.

미국의 진보 성향 경제학자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도 지난 3일 “시체는 개혁할 수 없다”며 그리스 부채의 대폭 탕감이 개혁과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황당한 수준의 부실 국가 경영이 한 세대 동안 지속돼야만 그리스처럼 될 수 있겠지만 너무 많은 돈을 빌려줘 놓고 채무자가 쓰러질 때까지 과도한 상환을 요구하는 채권자도 문제”라고 밝혔다.

삭스 교수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일부 강경 채권자들이 독일을 압박하면서 나치 정권이 생겨날 토양을 제공했지만 2차대전 이후 1953년의 채무 탕감은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며 독일이 자신의 역사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채권단은 거시경제에 대해 알려진 모든 것을 무시하는 몽상가들이며 이들의 요구는 완전히 잘못됐다”고 비판했고, IMF도 만기연장 등을 통한 부채 경감이 없으면 그리스가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