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축구 대표팀은 대표적인 ‘단신 군단’이다. 5일(한국시간) 칠레 산티아고의 훌리오 마르티네스 파라다노스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5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 선발 출전한 베스트 11의 평균키는 175㎝에 불과했다. 아르헨티나 베스트 11의 평균키인 179㎝보다 4㎝ 작았다. 키가 작은 칠레 선수들은 많이 뛰었다. 단순히 많이 뛴 게 아니라 영리하게 많이 뛰었다. 이들을 따라잡던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지쳐 버렸다. 칠레는 불리한 신체조건을 왕성한 활동량으로 극복했다.
칠레는 아르헨티나와 연장전까지 120분간 0대 0 무승부를 기록한 뒤 승부차기에서 4대 1로 앞서며 우승을 차지했다. 승부차기는 싱겁게 끝났다. 아르헨티나의 첫 키커로 나선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만 성공시켰을 뿐 곤살로 이과인(나폴리)과 에베르 바네가(세비야)는 모두 실축했다. 반면 칠레는 네 명의 키커가 전원 성공시켜며 홈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1975년 첫 대회가 열린 코파 아메리카에서 칠레가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코파 아메리카의 전신인 남미 축구선수권대회(1회 대회 1916년)까지 더해도 네 차례 준우승만 했던 칠레는 자국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99년 만에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결승전을 앞두고 아르헨티나가 이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주도권을 틀어쥔 쪽은 칠레였다. 슈팅에서 18대 8로 우세했다. 아르헨티나는 칠레의 ‘닥공(닥치고 공격)’을 막기에 급급했다.
칠레 축구가 대회를 제패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강한 체력이다.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은 2012년 12월 사령탑에 오른 뒤 선수들에게 지치지 않는 체력을 요구했다. 스리백(3-Back) 전술을 구사하기 위해서였다. 공격과 수비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스리백으로 무장한 칠레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다. 칠레는 이번 대회에서 상대에 따라 스리백과 포백을 유연하게 구사했다. 조별리그부터 압도적인 볼 점유율을 가져가며 경기를 주도한 칠레는 준결승까지 5경기에서 13골(경기당 2.6골)을 뽑아냈다. 허용한 골은 4골에 그쳤다.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코파 아메리카] ‘단신 군단’ 칠레의 ‘닥공’ 99년만에 첫 우승컵 들다
입력 2015-07-06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