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쿵이 무슨 말이냐?”
한 걸 그룹의 노래를 듣고 누군가 묻는다. 심장이 쿵쾅거린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신조어다. 이 단어는 ‘심쿵해’라는 노래 제목으로 그대로 차용되었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낯선 단어도 아니니 그리 파격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질문처럼 노래 제목조차 뜻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 있으니 전 세대를 겨냥한 노래는 아닌 셈이다. 시장의 수요가 가장 큰 젊은 세대를 향한 맞춤형 곡으로 탄생한 것이다. 요즘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들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장만 놓고 본다면 문법이 파괴된 비문인 데다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단어들이 조합되어 있다. 그렇다고 새로운 정서를 발견할 만큼 빛나는 언어의 조합이라는 평가를 받은 노래는 실종된 지 오래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창작자에게 작품을 만드는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대중음악시장의 환경에 기인한다. 정해진 음악 발표 시기에 납품하듯 제한된 시간이 존재한다. 또 몇몇 히트 작곡자들에게 작품을 받기 위한 가수들의 치열한 줄서기 결과는 공장에서 제조된 획일화된 노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댄스 음악 일변도로 흐르는 가요계 트렌드와도 무관하지 않다. 댄스곡은 리듬과 비트가 속도감 있게 쪼개진다. 이런 음악은 태생적으로 가사를 입히기 어렵다. 전체 이야기보다는 구절마다 적당한 가사를 넣으려 하니 애초에 말하고자 했던 노랫말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거의 모든 곡들이 작곡이 먼저 이루어지고 작사가가 바통을 이어받기 때문에 표현의 제약은 극도로 따른다.
30년 전에 발표된 노래를 요즘 가수들이 리메이크하는 노래들이 있다. 조용필의 노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가만히 들으면 노랫말의 의미부터 가슴을 튼튼하게 파고든다. 결핍을 채우게 한다. 그때 그 순간으로 순간 이동시키는 노래의 위력은 새삼스럽다.
강태규(대중문화평론가·강동대 교수)
[문화공방] (10) 결핍을 채우는 노랫말
입력 2015-07-06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