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장지영] 예술계의 승자독식

입력 2015-07-06 00:10

최근 연극과 영화계의 무명(無名)배우 두 명이 생활고에 지쳐 외롭게 생을 마쳤다. 이후 ‘최고은 법’으로 불리는 예술인 복지법의 실효성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부랴부랴 1인당 최대 300만원씩 3500여명을 지원하는 ‘창작준비금지원’ 사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원래 올해 예산으로 책정돼 있었지만 정부 내 이견으로 지금까지 집행되지 않다가 이제서야 집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창작준비금 지원에 대해서도 예술계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며 비판하고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자체가 예술가에 대한 정부의 시혜적 지원 시스템으로 운영되다 보니 예술가들이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인 복지를 사회보장 시스템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예술가는 수요에 비해 늘 과잉 공급 상태라고 한다. 경제학에서는 예술가들이 자신도 머지않은 시기에 스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소박한 낙관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의 경우 대학마다 예술 관련 학과가 만들어지는 등 공급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예술가들이 제대로 된 대가를 받으면서 예술 활동을 하는 경우가 적을 수밖에 없다. 또한 예술계의 경우 ‘승자독식’ 시장이다 보니 스타 예술가와 보통 예술가 사이에 재능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지만 각각의 소득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다. 연극배우들 가운데 월수입 100만원 이하가 67%인 반면 인기 뮤지컬 배우들은 회당 출연료가 1000만원을 훌쩍 넘어선 지 오래다. 소위 상위 20%에 속하는 예술가가 소득의 80%를 가져가는 구조다.

한국 예술계는 구조적으로 문제가 심각하다. 단순히 예술가 개인의 소득이 낮아서 빈곤하다는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많은 낭비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예술가 시장이나 예술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을 체계적으로 조사한 후 정책과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뿐이다.

장지영 차장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