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관투자가에 대해 영향력이 큰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투자자들에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합병을 놓고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그룹으로선 ISS의 이번 결정으로 부담이 커졌다.
ISS는 3일 보고서에서 “거래조건이 한국 법률에 부합한다고 하더라도 저평가된 삼성물산 주가와 고평가된 제일모직 주가의 결합은 삼성물산 주주에게 심각하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대 0.35로 결정된 합병 비율은 1대 0.95(삼성물산)가 적정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주들이 이 문제(합병 비율)를 우려할 수 있음에도 삼성물산 이사회는 합병 성공을 위해 제일모직의 2대 주주에게 자사주를 매각했다”며 KCC에 자사주를 넘긴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삼성물산의 단일 최대주주로 합병의 성패를 사실상 좌우할 국민연금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 ISS에 의결권 자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ISS가 엘리엇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오는 1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엘리엇과 표 대결을 해야 하는 삼성물산으로선 상황이 다급해졌다. 앞서 엘리엇이 합병을 막기 위해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선 삼성이 승리했으나 또다시 암초를 만난 것이다.
삼성물산에서 삼성그룹 우호 지분은 19.95%에 불과하고, 외국인 지분율은 엘리엇(7.12%)을 포함해 33.61%에 달한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은 지난달 초까지 9.92%를 보유하다가 지분을 추가 매입해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11.61%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보통주 지분만 따지면 국민연금이 가진 지분은 10.15%에서 11.21%로 늘었다.
엘리엇은 ISS의 결정을 환영하면서 “공정성과 국민 권리에 깊은 관심을 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인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국민연금이 자신들의 뜻에 동조해줄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삼성물산은 “ISS 보고서가 경영환경이나 합병의 당위성 및 기대효과, 해외 헤지펀드의 근본적인 의도 등 중요한 사안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ISS, 합병 반대 권고… 또 암초 만난 삼성물산
입력 2015-07-04 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