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열린 ‘월드비전국제포럼’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때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 오신 분에게 “이제 콩고민주공화국에는 전쟁이 없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그분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
“지금도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대립과 전쟁, 폭력 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계층과 계층이 대립하고 세대와 세대가 대립하며 싸우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지금도 지구촌에는 가난과 식수부족, 각종 질병, 차별과 미신, 잔인한 관습 등으로 인해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피해자 대부분은 가난하다. 영국 서섹스 대학의 로버트 챔버스 교수는 “가난한 사람들은 불리한 조건들에 얽혀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했다. 그들은 경제적 가난뿐 아니라 신체적 허약과 사회적 고립, 정서적 무기력과 영적 억압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굶주림뿐 아니라 잘못된 문화나 종교, 관습에 얽매이기 쉽다. 그러므로 가난한 사람들은 ‘억압된 사람들’이다.
지금 우리는 ‘세계화’와 ‘정보혁명’을 말하지만 가난한 나라와 지역에서는 여성의 존엄과 권리를 박탈하는 ‘여성할례’(FGM)가 시행되고 있다.
여성할례는 여성들이 성적 쾌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소녀의 생식기 일부(외음부)를 제거하거나 다른 생식 기관들에 상처를 내는 행위를 말한다. 주로 15세 이하의 소녀들을 대상으로 자행된다. 그리고 할례를 실시하는 이들은 의료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며 대부분 마취도 하지 않고 시행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여성할례는 심한 통증과 출혈을 유발한다. 이뿐 아니라 파상풍 패혈증 폐뇨(閉尿·소변이상정체), 생식기 감염 같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 때문에 할례를 받은 소녀는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데 문제가 생길 뿐 아니라 심지어는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여성할례는 여성의 건강과 안전, 권리를 박탈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품위를 짓밟는 잔인한 폭력이다.
아직도 가난한 나라나 지역 중 많은 곳에서 남성을 우월시하고 여성을 차별하는 문화나 종교, 관습이 존재한다. 이런 곳에서 사는 소녀들은 지역사회로부터 여성할례를 받을 것을 강요당한다. 거부할 만한 힘이 그들에겐 없다.
여성할례는 주로 아프리카에서 시행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소말리아가 가장 심하다. 소말리아 여성의 98%가 여성할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소말리아에서는 조혼(早婚)이 많고 출산 때에는 전통적으로 산파들이 해산을 돕는다. 하지만 산파들로 인해서 신생아와 산모가 사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산모 사망의 주요 요인은 ‘질 누공’이다. 누공(Fistula·상처로 인해서 만들어진 구멍)은 여성할례로 인해 변형된 산모의 생식기에서 발생하곤 한다.
이처럼 여성할례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 고통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출산 때 신생아와 산모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의 소녀들, 특히 가난한 지역의 소녀들은 그 지역의 문화와 종교, 사회로부터 여성할례를 받을 것을 강요당하고 있다.
여성할례의 위험에 놓인 여성들은 누가복음 10장 25∼42절에 나오는 ‘강도를 만나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다. 그들을 내버려 두는 것은 강도를 만나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을 버려 두는 것과 같다. 이에 월드비전은 아프리카에서 여성할례를 근절하기 위한 사업과 여성할례의 부작용으로 고통 당하는 여성들을 치료하는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월드비전은 여성할례가 야기하는 문제들을 널리 알리고, 시술자들이 여성할례 시술을 그만두도록 다른 직업을 알선해주며 누공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특히 소말리아에서 누공 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병원 시설을 지원해 누공 환자들을 적극 치료하도록 하며, 질 누공의 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을 위해선 치료와 정서적인 지원도 하고 있다. 또 회복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인식 교육을 실시해 가정과 지역공동체로 복귀하도록 돕는다.
지금도 아프리카의 많은 여성들에게는 ‘선한 사마리아인들’이 필요하다. 그들이 위험에 처해 있음을 보고도 못 본 척하고 지나가는 제사장이나 레위인이 아니라 그들을 불쌍히 여겨서 위험에서 구조하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마지막 심판 때에 심판장으로부터 “내가 위험에 처해 있을 때 너희는 나를 그 위험에서 건져주었다”라는 칭찬을 받게 될 것이다.
아프리카 출신의 기독교 지도자 델라뇨 박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치유된 아프리카를 꿈꾸며 ‘나는 새로운 아프리카를 봅니다’라는 시를 썼다. 그의 시에는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온 ‘환상’이 담겨 있다. 시의 일부를 소개한다.
“나는 새로운 아프리카를 봅니다. 그대도 새로운 아프리카를 보십니까. 나는 새로운 아프리카, 빛이 어둠을 몰아내고 있는 아프리카를 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빛이 아프리카 대륙 구석구석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 빛은 인종과 언어와 성(性)과 연령을 넘어서 모든 사람에게 비치고 있습니다. (중략) 그렇습니다. 나는 새로운 아프리카를 봅니다. 그대도 새로운 아프리카를 보십니까. 나는 새로운 아프리카 사람들을 봅니다. 그대도 새로운 아프리카의 여성들을 보십니까. 그대도 새로운 아프리카의 남성들을 보십니까. 새로운 시대를 향하여 승리의 행진을 하고 있는 우리와 함께 해 주십시오. 아프리카 사람들이여 일어나십시오. 왜냐하면 하나님의 영광이 여러분에게 임했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마태복음 25장 40절을 통해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김희수 목사(월드비전 Christian Commitment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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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의 기적] (1) 아프리카 여성들에게 ‘선한 사마리아인’ 손길을
입력 2015-07-06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