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공무원 여초 시대

입력 2015-07-04 00:10

내년에는 국가직 여성공무원이 50.1%로 남성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공무원 여초(女超)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난해 말에는 처음으로 30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의 올해 인구 추계에서도 여성이 2531만5000명으로 2530만3000명인 남성보다 1만2000명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학적으로 여초 현상이 일어났으니 공무원 숫자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한 꺼풀 벗기고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4급 이상 관리직 여성공무원은 2014년 말 949명으로 겨우 11%이고, 2급 이상은 4.5%이다.

민간 분야는 더하다. 2013년 기준으로 국내 30대 공기업 신입사원 중 여성은 22.7%이며, 30대 대기업의 여성 신규채용은 31.8% 정도다. 기업들의 여성 고위직 비율은 11%로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 중 최하위다. 성별 임금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4년째 1위다. 남성이 100만원을 벌 때, 여성은 63만원밖에 못 받는다.

기업들이 여성을 꺼리는 건 출산과 육아 등에 따른 단절을 손실로 보기 때문이다. 영업직이나 국제무역 등 핵심 분야에 여성을 잘 보내지도 않는다. 인사 담당자나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요즘 ‘남성이 스펙’이란 우스개 말까지 나왔단다. 세상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여성들이 그만큼 대접을 못 받고 있는 셈이다.

양성평등 시대라 일컬어지는데도 하루 가사관리 시간이 여성(2시간27분)보다 남성(31분)이 훨씬 적으니 우리네 여성들이 열 받을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이 고위직으로, 전문직으로, 그리고 남성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일부 직종에 치고 들어가는 비율이 점점 높아진다. 그래서 그런가, 온라인에서 여성 혐오 문화를 부채질하는 현상이 심해졌다고 한다. 아마도 찌질이 남성들이 위기를 느끼는가 보다.

이제 고위 공직이나 기업의 CEO, 관리직을 독과점하고 있는 남성들은 여초시대를 맞아 생각을 바꿔야 할 게다.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돌아오는 여성들을 위해 집안일을 열심히 해놓고 기다리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 같다. 생존을 위해서.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