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노총 총파업 결의, 명분도 실리도 없다

입력 2015-07-04 00:35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에 맞서 총파업을 결의했다. 한국노총이 총파업을 결의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이다. 한국노총은 2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총파업 찬반투표가 89.9%(39만7453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총파업 시기는 이달 말쯤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24일 1차 총파업을 실시했던 민주노총 역시 오는 15일 2차 총파업을 예고했다. 양 노총의 파업 결의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불황에서 겨우 벗어나려는 회복세에 다시 찬물을 끼얹는 짓이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강행 방침을 구조개악으로 규정하고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저지하겠다고 했다. 정부 정책은 통상적으로 교섭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한국노총이 총파업에 들어간다면 쟁의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해 불법 정치파업이 된다. 더구나 정부는 임금피크제 등 일방적으로 추진해 왔던 노동시장 개혁 조치를 최근 노조와 협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유연하게 변한 만큼 한국노총은 파업 결의를 철회하고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

민주노총은 지난 4월 노동시장 개혁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벌였지만 조합원들조차 대부분 외면했다.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은 3만7500명(정부 추산)으로 전체 조합원의 5.7%에 불과했다. 파업의 명분이 구체적이지 않으니 동력이 약한 ‘뻥파업’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프로그램에는 원·하청 상생 방안, 청년층 고용 확대,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조치, 통상임금 불확실성 해소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과제는 노동계에도 꼭 필요한 것이고, 노동계도 손을 맞잡고 함께 대안을 마련해야 효과를 낼까 말까 할 만큼 어려운 것들이다. 임금피크제 역시 정부 뜻대로 확산시키기는 어렵다. 이를 견제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는 총파업은 어떠한 실리도 취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