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단통법 덕분에” 삼성·LG “단통법 탓에”…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 명암

입력 2015-07-04 02:20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애플의 점유율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이동통신·전자 업계에 따르면 연간 1200만대에 달하던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단통법 시행 이후 연간 600만대 수준으로 줄었다.

국내 프리미엄폰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전체 휴대전화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했으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작년 10월 1일 이후 급격히 쪼그라들어 올 상반기에는 30∼40%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규모가 줄어든 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애플의 약진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위상이 더 약화됐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이통 3사를 통해 취합한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애플은 단통법 시행 전인 지난해 7∼9월 점유율이 5.3%에 불과했으나 올해 6월 1∼21일에는 13.1%로 배 이상 높아졌다. 지난해 10∼12월에는 점유율이 27.3%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애플은 프리미엄 제품인 아이폰 단일 모델만 판매한다. 때문에 애플의 점유율 증가는 국산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 감소로 연결된다.

애플의 점유율이 높아진 건 크게 두 가지 이유다. 먼저 지난해 10월 출시한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의 화면이 커졌다. 화면 크기를 이유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갔던 사용자들이 대화면 아이폰의 등장으로 다시 애플 진영으로 옮겨온 것이다. 두 번째는 단통법의 영향이다. 보조금 상한선으로 가격 차별화가 없어지면서 브랜드 파워에서 삼성, LG보다 앞서는 애플을 선호하는 현상이 분명해진 것이다.

한때 국내 시장의 70%를 차지하던 삼성전자는 단통법 시행 직후인 지난해 10∼12월 점유율이 49.2%까지 추락했다가 올해 6월 1∼21일에는 63.4%까지 회복됐다. 4월 출시한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의 선전 덕분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점유율을 올리는 데는 보급형 제품인 갤럭시 그랜드 맥스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급형 제품은 점유율 확대와 매출 증가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익성에는 큰 기여를 못한다. 애플이 단통법 이후 국내 시장에서 재미를 봤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30% 가까운 점유율을 올리던 LG전자는 단통법 시행 이후 점유율이 10% 초반까지 떨어지는 어려움을 겪었다. G4 이후 서서히 점유율을 회복해 6월 들어 20.9%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LG전자는 최근 정부에 보조금 상한선 폐지를 건의할 정도로 판매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