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에 대한 추억이 그립다구요?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으로 오세요

입력 2015-07-06 02:40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 야외 마당에 설치된 ‘지붕감각.’ 높이 10m가 넘는 거대한 구조물을 설치하는 데는 미술가가 아닌 건축가로서의 공간 운영 감각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아파트가 기본적인 주거 환경이 된 요즘, 지붕에 대한 기억은 중년 이상에게 추억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청소년들에게는 지붕의 개념조차 부모 세대와 다를 것이다. 천장은 지붕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층간 소음 갈등을 불러오기도 하는 위층의 다른 세대와 이어져 있으니 말이다.

‘지붕 위의 하늘’에 대한 추억이 전시 주제가 됐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 야외 마당에서 거대한 갈대발이 U자형 주름을 만들며 굽이굽이 늘어뜨려진 조형물로 탄생했다. 건축가그룹 SoA(이치훈·강예린)의 작품 ‘지붕 감각’이다. 현대카드 후원으로 진행된 제2회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공모전 당선작이다.

지름 25m 원에 맞게끔 만들어진 이 설치물은 최대 높이가 10.7m나 된다. 갈대발을 활용해 대형 지붕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갈대발이 주는 유선형 패턴은 미래적이지만, 그 재료는 자연에서 얻은 것이라 묘한 조합을 이룬다. 갈대발에 군데군데 뚫은, 크기가 다른 원이나 타원형은 마치 창처럼 하늘을 끌어들인다. 성긴 갈대발 사이로도 풍경이 비치고 그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며 서걱 서걱 소리를 낸다. 다락방 창으로 비쳐드는 햇볕,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 등 잃어버린 감각을 환기시켜주는 장치인 셈이다.

갈대발 아래 그늘 진 둥근 공터에는 소나무 칩을 깔아 관람객들이 쉴 수 있도록 했다. 갈대발이 지붕이라면 아래는 마당의 경험을 제공한다. 둘둘 만 갈대발을 배치해 거기 앉거나 누워 감상할 수 있다. 식물을 심어 더욱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연출했는데, 하이라이트는 한쪽의 봉긋한 미니 언덕이다. 언덕에 올라서면 서울관이 마주한 인왕산이 갈대발 사이로 쑥 들어온다.

공모전은 뉴욕현대미술관이 젊은 건축가를 발굴하기 위해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타국과 연계해 진행 중이다. 한국과 칠레, 이탈리아, 터키가 같이하고 있다. 주제는 공히 ‘그늘과 쉼’이다.

김윤희(서울 영등포구·42)씨는 “지붕이면서 상식적으로 쓰는 지붕 재료가 아니라 색다른 느낌”이라며 “특히 여름에 어울리는 발이라서 시원한 지붕 같다”고 말했다.

2층 8전시실에는 최종 후보에 오른 나머지 4개 작품의 포트폴리오와 함께 당선자 SoA가 아디이어를 구현해가는 과정을 전시했다. 다른 나라 작품의 전시 전경도 볼 수 있다. SoA는 2011년 광주 디자인비엔날레에 참여했고 2012년 이탈리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초대된 바 있다. 9월 30일까지(02-3701-9500).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