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걸(42)과 김주원(37)은 2000년대 한국발레의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이다. 1995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김용걸은 김지영과, 98년 들어온 김주원은 이원국과 콤비를 이뤄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이후 김용걸은 동양인 발레리노로는 처음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활약하다 2009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로 귀국했다. 김주원은 국내에서 활동하면서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2006년을 받고 2013년부터 성신여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어느덧 발레계의 중견으로 자리 잡은 두 사람은 여전히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
김주원은 오랫동안 국립발레단의 얼굴 같은 존재였다. 발레계의 르네상스를 함께 이끌던 이원국, 김용걸, 김지영이 해외 진출 등으로 퇴단한 뒤에도 홀로 남아 후배들과 무대에 섰다. 그리고 강수진에 이어 2006년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최고 여성무용가상을 받았다. 발레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활동한 강수진과 달리 러시아 유학을 끝내고 국내에서만 활동해온 그의 수상은 한국 발레계의 일대 사건이었다.
이후 국립발레단에서 활약하는 동안 그의 눈은 조금씩 밖을 향하기 시작했다. 2010년 댄스 뮤지컬 ‘컨택트’에 출연해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신인상을 받았고, 다음해 MBC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심사위원으로 대중에 성큼 다가섰다. 2012년 마침내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이듬해 성신여대 교수로 부임해 학생을 가르치면서도 프리랜서 발레리나로서 쉼 없이 활약하고 있다. 2013년 재즈 뮤지션 남궁연을 비롯해 여러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레플리카’에 출연하는가 하면 지난해 유니버설발레단의 객원 수석 무용수로 ‘지젤’ ‘춘향’의 주역을 맡았다. 라디오 DJ를 하기도 했다. 올해도 뮤지컬 ‘팬텀’에 발레리나 역으로 출연한데 이어 15일 미디어퍼포먼스 ‘놀이의 품격’에 나선다. 가을에는 ‘댄싱 9’의 스타 김설진과 같이하는 무대도 예정돼 있다.
그는 “미래에 대해 계획을 세우는 스타일이 아니라 현재 내 심장을 울리는 것에 몰두하는 스타일이어서 지금의 내 모습이 된 것 같다”면서 “15년간 국립발레단에서 정통발레를 열심히 한 후 새로운 예술과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나는 현재 생활이 좋다. 라디오 DJ를 성대 결절로 6개월 만에 중단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프리랜서라고는 하지만 지금도 매일매일 기본기를 다지는 클래스를 빼먹지 않는다. 국립발레단 시절부터 연습벌레로 유명했던 그는 “화려한 무대에 설 기회가 예전보다 줄었다고 해서 관객들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게다가 오래오래 무대에 서려면 클래스를 쉬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배우 신성록의 연인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발레 팬들은 한국 발레의 간판스타인 김주원이 누군가의 연인으로 소개되는 것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내 자신은 기분 나쁘기보다는 방송의 힘이 정말 크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제 순수예술 분야도 방송 등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앞으로 발레 외에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했다. 기회가 되면 연극에 출연해 정식 연기를 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또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꿈도 펼치고 싶다.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발레리나로 활동하면서 서울사이버대학 학부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10년 전 가정과 사회에서 상처를 입었던 아이들을 가르친 것이 계기가 돼 지금도 꾸준히 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오만했던 발레리나인 내가 봉사를 통해 오히려 행복해졌다”며 “발레로 많은 사람들과 감동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제2의 발레 인생 꽃 피우다] 15년간 국립발레단 간판 얼굴 ‘김주원’ 후학 가르치며 프리랜서 활약
입력 2015-07-06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