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수 활성화에 나선 대기업들 더 진력하길

입력 2015-07-04 00:34
지금 우리 경제는 ‘메르스 불황’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일본 엔저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 메르스 사태로 내수까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산업생산은 3개월 연속 하락했고, 지난달 제조업 업황 BSI(기업경기실사지수)는 전월에 비해 7포인트 하락한 66으로 6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세월호 때보다 경기가 더 안 좋다는 얘기가 각종 지표로 증명되고 있는 요즘이다.

경기가 부진하면 소규모 자영업자, 영세상인, 저소득층 등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본다. 정부는 메르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총 22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나 재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또 다른 경제주체인 기업과 가계, 특히 수백조원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있는 대기업들이 돈을 풀어야 내수가 살아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재계가 ‘여름휴가 국내로 가기’ 등 내수 활성화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은 가뭄 속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이다. 삼성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통시장 상품권 300억원어치를 구입해 협력·용역회사 직원들에게 지급하고,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 거래처 고객과 현지 법인 우수 사원 등 1000여명을 국내로 초청해 관광 활성화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현대차는 할인 적용 대상 차량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할인액의 110%에 해당하는 전통시장 상품권을 선택할 수 있게 했고, 임직원 수가 8만명에 이르는 SK그룹은 헌혈에 참여하는 임직원 수만큼 전통시장 상품권을 구입해 취약계층에게 기부할 계획이다.

내수 활성화에 소매를 걷어붙인 기업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메르스 고통을 분담하는 기업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이처럼 기업들이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기만 한다면 반재벌 정서가 설 자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