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바이오스피어

입력 2015-07-04 00:10
바이오스피어2. 위키피디아

생물이 살아가는 동그란 장소, 즉 생물권이라는 뜻의 바이오스피어(Biosphere)는 지구를 칭한다. 생물이 살아가는 곳이면 어디든 바이오스피어라 할 수 있다. 천문학적 비용의 우주탐사 목적 중에는 지구 외 다른 바이오스피어가 있는지를 규명함도 포함되어 있다. 연속물 형태의 영화 원작에 숫자 ‘1’을 붙이지 않듯 지구를 ‘바이오스피어1’이라 부르진 않지만, 생명체가 존재하는 다른 행성이 발견되거나 인류가 다른 별에 정착하게 된다면 그곳이 ‘바이오스피어2’로 불릴 것이다.

그런데 이 바이오스피어2가 미국 애리조나주의 사막 지역인 오라클이라는 곳에 실존한다. 이 시설물은 두 가지 뚜렷한 목적을 지닌 실험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첫째는 인간이 어떻게 현재 살고 있는 생물권(지구)을 파괴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계속 생존할 수 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인간이 지구를 떠나 우주 공간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든다면 고려해야 할 사항과 접근 방법을 파악하려는 것이었다.

바이오스피어2는 유리를 씌운 거대한 온실 구조로 총 면적은 약 1.3㏊, 부피 13만5000㎥로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5개(주거, 농업, 사막, 삼림, 자연)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사람과 동물 배설물은 세균으로 정화 처리하고 벼, 밀, 등 150여종의 농작물과 돼지, 닭 등 4000여종의 생물로 이루어진 생태계 속에서 1991년 9월부터 2년을 목표로 8명의 과학자 부부가 그 안에서 독자적인 거주 실험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실험은 실패했다. 토양미생물 및 콘크리트벽의 산소 흡수를 과소 평가한 오류로 산소는 15% 감소, 이산화탄소가 5.7배 증가하였고, 일부 곤충만의 번식으로 생태계가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실험은 인류가 자연을 계속 파괴할 경우 이를 치유할 방법이 전무하다는 점과 현 생태계가 우리가 가진 최고의 생존 장치라는 두 가지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무엇보다도 2년을 가까스로 채운 8명의 참여 과학자들 사이에 다툼과 파벌이 생기고 그들의 정신적 폐해가 컸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생태계 상태가 우리 삶의 질과 직결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근 보복운전의 빈번함도 악화된 도시 생태계의 상태 때문 아닐까?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