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그리스] 은행영업 중단에 소비 70% ‘뚝’… 휴업 속출

입력 2015-07-03 02:33
영국 일간 가디언이 1일(현지시간) 상점의 휴업과 공장의 가동 중단이 속출하는 그리스의 모습을 전했다. 은행영업 중단과 현금 인출제한 조치가 시작된 지 72시간도 되지 않았지만 소비가 70%나 급감하는 등 그리스 국민들의 삶이 휘청대고 있다.

아테네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기오르고스 쿠라시스는 “은행영업 중단과 자본통제 조치가 내려진 29일부터 손님이 한 명도 없다”며 “대대로 80년간 운영해온 술집인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하루 60유로(약 7만5000원)의 현금인출 제한 조치에 묶인 그리스 시민들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83세 노인인 안겔리키 안드레아키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이 나이에 한도가 정해진 현금을 손에 넣으려고 줄을 서다니 믿을 수 없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 나라를 북한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국민투표가 시행되는 5일까지 강제휴가를 가도록 했다. 규모가 있는 여러 기업에서 월급을 주지 않는 일마저 생겼다. 거리의 식당은 비고 대중교통도 연료 절감을 위해 운행이 감축됐다. 슈퍼마켓에서는 식품 사재기에 나선 이들을 볼 수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소비심리는 더욱 얼어붙었다. 28만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그리스상업연합회의 바실리스 코르키디스 회장은 “소비가 70% 급감했다. 서로 아무도 믿지 않고 도소매 간 거래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리스 유력 일간지 타네아는 발행 지면을 줄였다. 현안에 대한 신문사의 의견을 싣는 사설란에는 남은 종이가 며칠 분밖에 되지 않으며 은행이 문을 닫아 종이를 새로 사올 수 없다는 우울한 소식이 실렸다.

해외 관광객들이 그리스 여행을 대거 취소하면서 여행업계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임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