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사면초가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구제금융 협상과 관련해 유럽의 정상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그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것은 물론 국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채 6개월이 안된 그의 임기가 이제 곧 끝날 것이라고 예측하는 분석이 많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일(현지시간) “최근 유럽 지도자들과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의 긴박했던 움직임은 ‘협상’보다는 치프라스에게 망신을 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치프라스가 무릎을 꿇는 것을 원한 게 아니라 아예 물러나는 것을 바라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치프라스 총리의 양보할 줄 모르는 고집에 지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일찌감치 치프라스 총리 대신 좀 더 나긋나긋한 새로운 그리스 지도자가 들어오기를 바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자 보도에서 “EU 지도자들이 치프라스 총리가 자신들을 극단적인 보수세력이라고 비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컸었다”고 소개했고, 미국 뉴욕타임스도 같은 날 신문에 “유럽 지도자들은 치프라스에게 신물이 나 있는 상태”라며 “이 때문에 치프라스가 대폭 양보한 안을 제시했는데도 듣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 지도자들의 치프라스에 대한 망신주기가 먹혀들어가는 분위기다. ‘유럽이 거부하는 그리스 총리’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그리스 연립정부 내부에서도 그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리스 연정의 소수당인 독립그리스인당(ANEL) 소속 의원 3명은 2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투표는 철회돼야 하며 그렇게 안 된다면 (치프라스 총리 뜻과는 반대로) 채권단의 협상안에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치프라스 총리가 진보, 보수 어느 진영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리스의 온건파 관리들은 치프라스 총리의 불안하고 변덕스러운 태도에 대해 겁먹고 있고, 급진파 관리들은 치프라스가 협상에 연연하지 말고 차라리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선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U 지도자들의 한결같은 반(反)치프라스 움직임은 결국 5일 예정된 국민투표에서 협상안에 대한 ‘찬성’표를 더 많이 나오게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한 국가의 선출된 지도자를 EU가 이런 식으로 반대하고, 또 투표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위기의 그리스] “까칠한 치프라스 NO!”… 유럽 정상들 ‘찍어내기’ 본격화
입력 2015-07-03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