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증시 상장… 금융위, 경쟁력 강화안 발표

입력 2015-07-03 02:16

한국거래소가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 시장을 별도 자회사로 두는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되고, 지주회사는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혁신형 기업 상장과 자금조달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코스닥시장도 집중 육성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개혁회의를 거쳐 이런 내용의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방안’을 2일 발표했다. 다만 2005년 거래소가 통합된 지 10년 만에 시행하는 이번 개편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추진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코스닥 경쟁 유도해 수요자 중심 서비스 강화=금융위는 거래소 장내 시장 간 경쟁을 유도해 자본시장의 역동성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거래소 지주회사 밑에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시장 등 5개 자회사를 두기로 했다. 시장감시 기능은 지주회사와 개별 거래소에서 독립된 지배구조를 갖춘 비영리 시장감시법인이 통합 수행한다. 거래소가 70% 넘는 지분을 보유한 한국예탁결제원의 경우 민간기관인 거래소가 공공기관인 예탁결제원을 자회사로 두는 문제점을 감안해 지분을 절반 이하로 낮추는 등 지배구조를 개선할 방침이다. 정부는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거래소 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중소·벤처기업의 자금회수 기능을 강화해 거래소 내부의 ‘2부 시장’이 아니라 코스피시장에 버금가는 ‘메인 보드(main board·주력 시장)’로 키운다는 게 당국의 구상이다. 벤처기업의 성장패턴이나 경제환경, 시장수요 변화에 맞춰 상장제도를 개선하고,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코스닥에 지원자금을 출자해 자회사로 분리되더라도 경영상황이 안정되도록 할 방침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번 개혁은 첨단기술기업, 혁신형 벤처기업 등의 자금생태계를 활성화하는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코스닥시장을 ‘다산다사(多産多死)’가 아닌 우리 산업의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이날 ‘거래소 경쟁력 강화전략’ 브리핑에서 “코스닥시장의 상장 요건을 성장 가능성과 기술력 중심으로 전면 재설계해 증시의 활력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지주회사 개편이 마무리되면 한국거래소지주는 상장할 예정이다. 수익성 위주 책임경영문화를 만들고, 해외진출 및 신사업 발굴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거래소 안팎의 반발,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나=하지만 지주회사 개편과 상장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다. 우선 거래소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상장차익으로 마련될 공익기금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 금융위는 거래소가 그간 독점적 지위를 누렸기 때문에 상장으로 얻는 이익 일부를 공익기금으로 적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거래소 지분을 보유한 증권사나 선물사 등의 입장은 다르다. 거래소 지분 7.45%를 보유한 NH투자증권을 비롯해 3∼5%의 지분을 보유한 증권사들은 상장 후 최소 1000억∼2000억원대의 상장차익을 기대하는 상황이어서 환수규모 논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국회 논의가 길어질 경우 추진동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상장 요건이 완화돼 심사가 부실해질 경우 투자자 보호가 소홀해질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거래소 내부의 반발도 달래야 한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과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은 “민간에 대한 자율성을 확대한다면서 옥상옥의 지주회사제를 도입하는 것은 조직의 비대화로 비효율성만 키울 것”이라며 “금융위는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거래소 지주회사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