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로 2일 최고위원회의가 파행되자 당 내부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팽배했다. 유 원내대표 책임론을 제기한 박근혜 대통령의 ‘6·25 발언’ 이후 1주일째 ‘사퇴론’과 ‘불가론’이 팽팽히 맞서며 친박(친박근혜) 대 비박(비박근혜)의 전운이 고조된 터였다.
이번 갈등의 근간에는 내년 총선 공천권 등을 둘러싼 계파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평가가 많다. 결과에 따라 여권 권력 헤게모니까지 바뀔 수 있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서로 ‘밀리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배수진을 치며 맞설 수밖에 없는 셈이다.
친박계가 국회법 개정안 재의 문제가 처리되는 6일을 ‘사퇴 데드라인’으로 정하면서 일촉즉발의 전운은 최고조를 향해 달리고 있다. 친박계는 개정안 폐기를 마지막으로 유 원내대표가 물러서지 않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끌어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친박 성향의 대전·충청권 의원 10여명은 전날 회동을 하고 6일 이후에도 상황 변화가 없을 경우 사퇴촉구 성명을 내는 방안도 검토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비박계 맏형격인 이재오 의원은 연일 유 원내대표 사퇴불가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오전 라디오에 나와 “사퇴 명분도 없고, 책임도 없다”며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은 국민 여론이 ‘이게 아니구나’라고 한다면 여기서 접어야 한다. 개인 감정으로 국정을 좌지우지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비박 중진 의원들이 공식석상에서 “유 원내대표를 엄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자 이에 공감하는 분위기도 더 크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유 원내대표는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는 “추가경정예산안을 오는 20일까지 처리하겠다”며 정책 현안에만 집중했다. 거취나 당내 사정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지만 친박계의 데드라인 역시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주변에선 유 원내대표가 6일에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이 평행선을 내달리면서 여권의 대충돌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고위원회의에서 계파 갈등의 민낯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도 내홍의 전초전이란 분석이다. 당장 3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야당이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을 상대로 박 대통령 발언을 문제 삼을 태세여서 정국이 다시 한번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박 대통령 발언이 공직선거법 위반 아니냐”고 유권해석을 요청하는 등 이번 사태를 정국 주도권 잡기의 호재로 삼고 있다.
새누리당은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 한 초선 의원은 “당이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탄했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박 대통령 발언을 신호탄으로 친박계가 유 원내대표를 찍어낼 경우 내년 총선 패배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다른 의원은 “지금도 수도권은 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여론이 이미 ‘유승민 사퇴론’을 잘못된 것이라 여기는 만큼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유 원내대표의 지역구가 있는 곳이어서 난감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의원은 “박 대통령을 배신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긴 하지만 유 원내대표에게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려선 안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며 “둘 다 TK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나성린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당을 위해 스스로 어떤 시기가 되면 (거취를) 결정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유승민 책임론’ 싸고 최고위원회의 파행] ‘콩가루’ 與… 친박-비박 대충돌 초읽기
입력 2015-07-03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