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량기를 조작해 도시가스 요금 25억원을 가로챈 배관 기술자와 사우나 업주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일 사우나 업주가 도시가스 요금 일부만 낼 수 있도록 배관 계량기 부분을 조작한 혐의(특수절도)로 배관 기술자 장모(63)씨를 구속하고 업주 김모(40)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장씨는 서울과 경기 의정부·일산·군포 지역 사우나 10곳을 관리하면서 2009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실제 사용량의 10∼15%에 해당하는 가스 요금만 납부하게 한 혐의다.
장씨는 계량기에 직접 만든 가스관을 끼워 넣는 수법으로 가스가 계량기를 통과하지 않도록 조작하거나 계량기가 설치된 배관을 잠그고 보조 배관 밸브를 열어 가스를 우회시켰다. 아예 계량기를 떼어내고 계량기 숫자를 검침원에게 허위로 불러주도록 하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사우나는 이렇게 가로챈 가스비가 6억9000만원이나 됐다.
관리비 명목으로 업주들에게 매달 50만∼100만원씩 받던 장씨는 4곳의 사우나를 운영하면서 같은 방법으로 수백만원어치의 가스를 사용하고 월 50만∼70만원만 냈다. 장씨는 전기 관련 일을 해오면서 무면허로 가스 배관에 손을 댔다고 한다.
업주들은 배관실 방화문 셔터를 내리거나 칸막이를 만들어 검침원의 계량기 접근을 막으면서 수년 동안 범행을 은폐했다. 검침원은 보일러실에 들어가지 않고 업주들에게 문자나 사진으로 계량기 숫자를 확인하는 등 안이하게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사우나 중 한 곳을 인수한 업주가 가스 요금이 터무니없이 적게 나오자 경찰에 신고했다”며 “가스가 누출됐다면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계량기 조작해 도시가스 요금 25억원 떼먹어… 사우나 업주·배관 기술자 적발
입력 2015-07-03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