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저녁 8시30분 부산 연제구 연안로 대양교회(김상석 목사) 수요예배. 김상석 목사가 설교한 후 광고를 했다. “오늘은 서울에서 온 한 자매의 특별공연이 있겠습니다. 클라리넷을 전공하는 백석예술대 1학년 김유경 학생입니다.”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김유경(23)씨가 마이크 앞에 섰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와 ‘나 같은 죄인 살리신’ 등 두 곡을 연주하자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연주를 마친 김씨가 약간 어눌한 말투로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김-유-경-입-니-다.”
김씨는 1급 발달장애인이다. 의사소통이 힘들 뿐 아니라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해 소리를 지르거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곤 했다. 음악을 통해 변화돼 올해 초 백석예술대에 합격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국민일보 보도(2015년 1월 27일자 31면 참조)를 통해 이 소식을 접한 대양교회 최진오(52) 류순옥(47) 집사 부부가 등록금 전액을 선뜻 내놓은 덕분에 지난 학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날 공연은 김씨와 어머니 이명숙(54)씨가 마련한 ‘보은(報恩)의 자리’였다. 이씨가 먼저 “유경이가 가장 잘하는 클라리넷 공연을 통해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교회에 부탁했다. 예배당 제일 앞쪽 좌석에는 최 집사 부부가 나란히 앉았다.
메리츠화재보험의 법인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 집사 부부도 당시 그리 넉넉한 상황은 아니었다. 큰아들은 대학원, 둘째 아들은 대학교에 합격해 등록금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류 집사는 새벽기도를 마치고 국민일보를 보며 김씨의 소식을 접한 순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즉시 순종했다고 했다. 그랬더니 하나님께서 두 아들 모두에게 장학금을 주시더라고 간증했다.
최 집사는 목발을 짚고 다니는 소아마비 장애인이다. 대학에 다닐 때 친구들의 도움을 많았기에 유경이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류 집사는 현재 부산 극동방송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6년간 중보기도 프로그램인 ‘소망의 기도’를 진행했고 최근에는 음악프로 ‘성도여 다 함께’를 맡고 있다. 오랫동안 모셨던 시어머니가 별세한 후 공황장애가 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나운서 학원에 다녔는데 극동방송 진행까지 하게 됐다.
류 집사는 ‘대양교회 어린이 전도왕’이다. 주일학교 교사로 섬기면서 2006년 어린이 총동원 주일에 아이들 100여명을 데려온 후 교회 전도왕을 놓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간증을 하러 다니며 책도 냈다. 이날 어머니 이씨를 만나서도 “하나님을 만나 친가와 처가 식구들이 모두 구원받았고 공황장애도 고쳤으며 남편 사업도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남편은 소아마비를 통해 하나님을 더 뜨겁게 만났다”며 “유경이가 이 가정이 구원받는 축복의 통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딸과 달리 신앙이 없던 어머니 이씨는 올 봄부터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김 목사는 예배를 마친 뒤 “최 집사 부부는 평소에도 하나님의 가르침을 들은 대로 실천하는 분들”이라며 “덕분에 이렇게 좋은 시간을 갖게 돼 너무 감사하고 뿌듯하다”고 격려했다.
부산=글·사진 전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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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03 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