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문 열어주신 후원자 위해”… 발달장애 음악도의 ‘깜짝 보은 연주’

입력 2015-07-03 00:55
발달장애인인 백석예술대 1학년 김유경씨(왼쪽)와 김씨의 등록금을 지원한 대양교회 류순옥 집사가 1일 부산 대양교회 수요예배를 마치고 피아노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1일 저녁 8시30분 부산 연제구 연안로 대양교회(김상석 목사) 수요예배. 김상석 목사가 설교한 후 광고를 했다. “오늘은 서울에서 온 한 자매의 특별공연이 있겠습니다. 클라리넷을 전공하는 백석예술대 1학년 김유경 학생입니다.”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김유경(23)씨가 마이크 앞에 섰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와 ‘나 같은 죄인 살리신’ 등 두 곡을 연주하자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연주를 마친 김씨가 약간 어눌한 말투로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김-유-경-입-니-다.”

김씨는 1급 발달장애인이다. 의사소통이 힘들 뿐 아니라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해 소리를 지르거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곤 했다. 음악을 통해 변화돼 올해 초 백석예술대에 합격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국민일보 보도(2015년 1월 27일자 31면 참조)를 통해 이 소식을 접한 대양교회 최진오(52) 류순옥(47) 집사 부부가 등록금 전액을 선뜻 내놓은 덕분에 지난 학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날 공연은 김씨와 어머니 이명숙(54)씨가 마련한 ‘보은(報恩)의 자리’였다. 이씨가 먼저 “유경이가 가장 잘하는 클라리넷 공연을 통해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교회에 부탁했다. 예배당 제일 앞쪽 좌석에는 최 집사 부부가 나란히 앉았다.

메리츠화재보험의 법인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 집사 부부도 당시 그리 넉넉한 상황은 아니었다. 큰아들은 대학원, 둘째 아들은 대학교에 합격해 등록금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류 집사는 새벽기도를 마치고 국민일보를 보며 김씨의 소식을 접한 순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즉시 순종했다고 했다. 그랬더니 하나님께서 두 아들 모두에게 장학금을 주시더라고 간증했다.

최 집사는 목발을 짚고 다니는 소아마비 장애인이다. 대학에 다닐 때 친구들의 도움을 많았기에 유경이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류 집사는 현재 부산 극동방송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6년간 중보기도 프로그램인 ‘소망의 기도’를 진행했고 최근에는 음악프로 ‘성도여 다 함께’를 맡고 있다. 오랫동안 모셨던 시어머니가 별세한 후 공황장애가 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나운서 학원에 다녔는데 극동방송 진행까지 하게 됐다.

류 집사는 ‘대양교회 어린이 전도왕’이다. 주일학교 교사로 섬기면서 2006년 어린이 총동원 주일에 아이들 100여명을 데려온 후 교회 전도왕을 놓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간증을 하러 다니며 책도 냈다. 이날 어머니 이씨를 만나서도 “하나님을 만나 친가와 처가 식구들이 모두 구원받았고 공황장애도 고쳤으며 남편 사업도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남편은 소아마비를 통해 하나님을 더 뜨겁게 만났다”며 “유경이가 이 가정이 구원받는 축복의 통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딸과 달리 신앙이 없던 어머니 이씨는 올 봄부터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김 목사는 예배를 마친 뒤 “최 집사 부부는 평소에도 하나님의 가르침을 들은 대로 실천하는 분들”이라며 “덕분에 이렇게 좋은 시간을 갖게 돼 너무 감사하고 뿌듯하다”고 격려했다.

부산=글·사진 전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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