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2016년 미국 대선 후보 출마를 선언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 밖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그의 소속 정당인 공화당은 전전긍긍하는 반면 민주당은 반색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퀴니피액대학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는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18%)에 이어 의사 출신 논객 벤 카슨과 함께 10%의 지지율로 공동 2위에 올랐다. 앞서 폭스뉴스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부시 전 지사(15%)에 이어 11%의 지지율로 2위에 올랐다. 케이블뉴스채널 CNN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는 12%의 지지율로 부시 전 지사(1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지지율을 확보했다. 특히 공화당 예비주자 가운데 트럼프와 부시 전 지사 두 사람만 두 자릿수 지지율을 얻었다.
문제는 트럼프에 대한 공화당원들의 높은 지지율이 트럼프가 잇따른 막말 논란을 일으킨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16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멕시코가) 문제가 많은 사람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이들은 성폭행범이고 마약과 범죄를 가져온다”며 “남쪽 국경에 거대한 방벽을 쌓고 돈은 멕시코가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 내 스페인어 지상파 TV방송인 유니비전은 물론 NBC방송 소유주인 NBC유니버설도 트럼프와의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도 트럼프와의 절교를 선언했고, 뉴욕시도 트럼프와의 부동산개발 계약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선거 분석가들은 이민과 멕시코계에 대한 트럼프의 막말이 경제회복의 과실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는 보수적 백인 남성들의 표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화당 전략가들은 이를 통해 트럼프 개인의 인기는 일시적으로 치솟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공화당의 이미지를 추락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인구가 급증하면서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표심을 더욱 민주당 쪽으로 쏠리게 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민주당으로서는 트럼프가 천우신조(divine intervention)나 마찬가지”라며 트럼프의 인기가 민주당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진단했다.
민주당의 선거 전략가인 폴 베갈라는 W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 레이스에 참가한 것은 신이 유머감각을 갖춘 민주당원인 덕분”이라며 이번 파문을 반겼다. 호기를 잡은 민주당은 일제히 ‘트럼프 때리기’에 나서면서 이번 막말을 개인의 돌출 발언이 아닌 공화당 전체의 문제로 비화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WP는 미 공화당 보수계 대표주자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의 ‘과감한’ 발언들에 대해 ‘허커비가 거부하는 81가지’라는 제목의 기사로 나열했다. 허커비 전 주지사는 ‘정신적 마약인 비욘세 음악’ ‘딸이 비욘세 음악을 듣도록 놔두는 오바마 대통령’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미 연방대법원’ ‘결혼하지 않고 임신한 여배우 나탈리 포트먼’ 등에 대해 반대하는 발언을 해왔다.
이런 가운데 대선 선두주자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올해 2분기(4∼6월) 선거자금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4500만 달러(약 504억2250만원)를 거둬들였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막말 트럼프에 끌리는 백인남성… 美 보수의 현주소
입력 2015-07-03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