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일과 여가의 균형을 위해 처음 실시된 ‘서머타임제’가 이달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실제 근로 현장에서는 이에 대한 기대와 논란이 교차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2일 전했다. 일본에서 ‘아침형 근무(朝型勤務)’로 불리는 서머타임제는 해가 긴 여름에 직장 출퇴근 시간을 앞당기는 시스템으로, 근로자들이 저녁에 가족 등과 함께 여가를 보낼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다. 일본 정부는 이달 1일부터 8월까지 전국 공무원들의 출근시간을 1시간가량 앞당겨 오전 8시 반부터 근무를 시작해 오후 5시 이후에 퇴근하는 지침을 정했다.
일본 정부가 서머타임제를 도입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긴 근로시간에 비해 낮은 삶의 질’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일본인의 연평균 근무시간은 1735시간으로 우리나라(2163시간)나 미국(1788시간)보다는 다소 적지만, 프랑스(1489시간) 독일(1388시간)보다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막상 시행에 들어가면서 당겨진 아침 출근 시간 때문에 오히려 생활리듬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잡지사인 webR25가 20, 30대 남성 직장인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81%가 ‘아침형 근무로 잔업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 응답자는 “사무직과 달리 고객과 관련된 영업 부서는 시간의 융통성이 없어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답했고, 또 다른 응답자는 “상사들이 밝은 오후에 직원들이 귀가하는 것을 납득하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직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문화가 만연한 일본의 조직문화 특성상 오히려 근로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생활리듬이 무너져 비타민 음료나 자양강장제 등 컨디션 유지를 위한 음료 등의 매출이 뛸 것으로 신문은 전망했다. 일부 기업형 약국도 서머타임제에 맞게 영업시간을 앞당기고 있다.
일본의 노동문제 전문가인 구라시게 고타로 변호사는 “정규직 중심인 일본의 직장에서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잔업하는 경우가 많다”며 “서머타임제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회사와 조직이 개인의 업무 범위를 분명하게 지정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종선 기자
“밝은데 퇴근해?” 일본 직장인들 서머타임 이중고
입력 2015-07-03 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