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불평등 출발선부터 다르다] ‘종부세 트라우마’에 부동산 보유 과세 쪼그라들어

입력 2015-07-03 02:26 수정 2015-07-03 17:56
'세금폭탄'이란 용어는 노무현정부 시절 널리 알려졌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신설·강화 등 부동산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여론이 들끓을 때였다. 30만명 정도가 종부세 과세 대상자였지만 종부세 강화는 전 국민에 대한 세금폭탄으로 인식됐고, 노무현정부는 몰락했다. 이후 이명박정부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부동산 보유세는 해마다 완화되고 있고, '종부세'라는 단어는 세정 당국의 금기어가 됐다.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거래세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낮은 보유세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부동산 보유세를 정상화할 의지가 없다. 지난해 국세인 종부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려고 시도한 게 전부일 정도다. 우리 국민이 가진 자산의 70%가 부동산이고, 부의 불균형이 가장 큰 것도 부동산이다. 2013년 기준으로 상위 10%가 국내 부동산의 46.1%를 보유하고 있고, 상위 1%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치는 하위 55.6%가 보유한 것과 같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자산 불평등을 완화할 소득 재분배 효과가 가장 큰 것은 부동산 보유세다. 정부가 종부세의 ‘안 좋은 추억’만 떠올릴 것이 아니라 부동산 보유세를 개혁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10년간 종부세의 부침(浮沈)을 보면 자산소득 과세가 어떻게 왜곡됐는지 알 수 있다. 2005년 전까지 부동산 보유세제는 토지와 건물에 대해 각각 종합토지세와 재산세로 나눠 과세됐다. 그러나 노무현정부는 2005년부터 주택은 토지와 건물을 합해 재산세로 과세하고 인별로 공시가격 합계액이 일정규모 이상이면 과세하는 종부세를 만들었다. 같은 해 8월에는 종부세 과세기준 금액 인하, 세대별 합산과세, 세부담 상한선 확대 등 보유세 부담을 강화했다. 당시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수 비중이 0.6%로 미국(2.6%) 영국(3.4%) 일본(2.1%) 등 주요 선진국보다 크게 낮다고 도입 취지를 밝혔다.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가진 ‘한국판 부유세’였던 종부세 수입은 2005년 6426억원에서 2007년 2조7671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종부세는 ‘찬밥’ 신세가 됐다. 2008년 세대별 합산 방식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인별 과세 방식으로 돌아갔고, 2009∼2010년 세율인하, 세 부담 상한선 축소가 이어졌다. 그 결과 종부세수는 2013년 1조307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종부세 도입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김진표 전 의원은 2일 “종부세는 선진국보다 보유세는 10배 낮고 거래세는 10배 높은 불균형을 바로잡자는 취지였다”면서 “이명박정부 이후 부동산 경기활성화를 위한 세제개편을 20번 정도 하면서 보유세 개혁은 물 건너가고 부자들의 세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이정우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이사장 역시 “종부세는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소득재분효과뿐 아니라 투기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좋은 정책이었는데 지금은 죽은 정책이 됐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달 말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계획이지만, 부동산 보유세는 손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득공제 파동 등을 겪은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를 건드렸을 때 발생할 조세 저항을 감당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윤성민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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