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예민해졌다. ‘무대’(김무성 대장)라는 별명답게 통 크고 털털한 처신을 했던 그가 여권 내분이 계속되자 확 달라졌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거듭 주장하자 최고위원회의장을 박차고 나온 게 단적인 예다.
김 대표는 외로운 중재자 위치에 서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 모두를 설득하려는 ‘양줄타기’가 현재까지는 별 효과가 없는 상태다. 김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2일 “최근의 괴로움이 김 최고위원을 향한 ‘버럭’ 화로 표출되지 않았겠느냐”면서 “최근 김 대표를 보면 평소 봤던 모습과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을 유 원내대표가 이길 수 없고, 유 원내대표를 배신자로 낙인찍어 사퇴시키는 것도 동료로서 못할 도리”라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양측 모두를 설득하는 해법을 찾지 못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양측 모두로부터 오해를 사기도 한다. 친박(친박근혜)계는 “김 대표가 박 대통령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유 원내대표 사퇴에 소극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유 원내대표 측에선 “김 대표가 청와대 눈치를 보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여기다 “유 원내대표를 축출해야 한다”는 친박(친박근혜)계 강경파들을 설득해야 하고, “명분 없이 유 원내대표를 내쫓으려는 친박과 전면전을 펼쳐야 한다”는 쇄신파도 다독여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박 대통령의 탈당, 친박 최고위원들의 집단 사퇴로 인한 지도부 붕괴 등 김 대표 입장에선 협박과 비슷한 시나리오도 끊이지 않는다. 메르스 사태와 가뭄 속에 국민들이 지쳐가는데 여권이 권력싸움만 한다는 비난 여론도 부담이다.
청와대와의 관계를 풀어야 하는데 박 대통령과 대화의 장은 열리지 않고 있다.
다른 측근 의원은 “김 대표는 끝까지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를 설득하는 방안을 찾으려고 할 것”이라며 “김 대표는 친박과 유 원내대표 측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들어주면 새누리당이 엄청난 위기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 뜻이 확고한 이상 유 원내대표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지만 파국을 막기 위해 유 원내대표가 명예롭게 퇴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둘러싼 이번 정국에서 김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하든 정치적으로 이득을 볼 게 전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김 대표의 장고(長考)가 길어지면 ‘결단력이 없다’는 내부 비판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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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03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