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가 과카몰리 레시피 논쟁

입력 2015-07-03 03:34

미국에서 때 아닌 멕시코 요리의 레시피를 놓고 ‘즐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정가의 거물급 인사들이 논쟁에 뛰어들면서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멕시코 요리 레시피 때문에 미국이 화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일 미 CNN방송에 따르면 이번 논쟁은 뉴욕타임스(NYT) 때문에 촉발됐다. 이 신문의 푸드 칼럼니스트인 멜리사 클라크가 최근 자신의 칼럼에 멕시코 요리의 전통 소스인 ‘과카몰리(guacamole·사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녹색 완두콩을 추가해보라고 제안했는데 이를 두고 찬반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과카몰리는 으깬 아보카도에 양파 토마토 고춧가루 라임주스 등을 섞어 만든 소스로, 나초와 토르티야 등 멕시코 음식을 먹을 때 찍어 먹는다.

칼럼이 나오자 완두콩을 넣으면 더 좋은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고 오바마 대통령도 가세해 트위터에 “과카몰리는 양파, 마늘, 매운 고춧가루면 된다. 완두콩을 추가하면 과카몰리를 망치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과카몰리에 완두콩을 넣어선 안 된다”고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텍사스주의 공화당 지부도 당 트위터를 통해 “뉴욕타임스가 과카몰리에 완두콩을 넣으라고 제안한 것은 (멕시코인이 많은) 우리 텍사스에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익살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민주당의 토니 카데나스(캘리포니아) 하원의원도 “이런 레시피를 내놓다니 뉴욕타임스의 계정을 삭제하겠다. 완두콩도… ”라고 역시 반대 의견을 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 논란을 전하며 “과카몰리는 이 나라를 잘 뭉치게 해줄 수 있는 신이 내린 음식인 것 같다”고 묘사했다.

과카몰리에 미 정치인들이 이토록 많은 관심을 나타낸 것은 최근 미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멕시코인은 성폭행범’이라고 비난해 멕시코계 미국인들이 잔뜩 화가 나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위로하려는 차원도 있다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