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수사 결과] 搜査는 가고 修辭만 무성… 성완종 수사팀의 말말말

입력 2015-07-03 02:43

유력 정치인들의 비리가 일방적으로 폭로된 뒤 시작된 검찰 특별수사는 극도로 신중히 진행됐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취재진의 물음에 NCND(긍정도 부정도 아님) 기조를 끝까지 유지했다. 수사 진행 정도는 선문답으로만 파악됐고, 그나마 수사팀의 비유법과 뉘앙스가 취재진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적 의혹을 대변하는 자료가 쪽지 한 장뿐이었던 수사 초기, 수사팀은 답답함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4월 17일 수사팀은 “칠흑 같은 망망대해에서 돛 하나 달고 진실이란 등대를 찾아 헤맨다”고 말했다. 이날 수사팀은 “정성을 다하다 보면 귀인(貴人)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핵심 증거가 없어 진술의 조력이라도 절실하다는 속내로 받아들여졌다.

막막한 상황임에도 수사팀은 리스트 인사들을 불러 직접 따져묻지 않았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리스트 인사들의 행적을 복원하는 것이 수사의 ‘첫칸’이라며 2주가 넘도록 ‘바닥 다지기’에 몰두했다. 그러던 수사팀은 4월 26일 “눌러봐서 꺼지면 메워야 한다”면서도 “어느 정도 기초공사가 됐다”고 자평했다. 이틀 뒤인 28일 “내일부터 기둥을 세운다”고 공언하자 리스트 인사 소환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커졌다.

이날 취재진은 ‘지붕을 얹으려면 기둥이 3개는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수사팀은 “산에 가면 기둥이 2개인 일주문(一柱門)도 있더라”고 답했다. 이 답변은 일단 혐의가 포착된 인사가 홍준표(61) 경남지사와 이완구(65) 전 국무총리 등 2명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추후 수사팀은 의미를 부여한 말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리스트 인사 중엔 최종적으로 이 2명이 기소됐다.

수사팀은 리스트 인사들의 의혹 입증 정도가 제각기 다른 상황도 사물에 빗대 시사했다. 5월 10일엔 “여러 군데 계단을 오를 것”이라며 “어떤 분들은 3층에, 어떤 분들은 1층에 있다”고 밝혔다. 수사를 마무리하는 소회에도 나름대로 재치를 담았다. 수사팀 핵심 관계자는 2일 “진인사(盡人事)는 했다”며 결과 발표를 마쳤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