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결국 용두사미로 끝났다. 검찰은 특별수사팀까지 꾸린 뒤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며 의욕적으로 칼을 빼들었지만 숱한 의혹만 남긴 채 문을 닫았다. 특별수사팀이 2일 발표한 중간수사 결과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리스트 8인 가운데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을 뿐이다. 친박계 핵심 6명은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실세들에게 면죄부를 준 수사라는 지탄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게 금품 제공 메모와 언론 인터뷰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 쉽지 않은 수사였음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특수통들이 달려들어 80여일간을 수사했음에도 초라한 성적표만 내놓았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수사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한 수사에서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리스트 수사 핵심은 바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 흘러갔다는 불법 대선자금 의혹이다. 한데 정권 눈치를 봐서인지 그 실체를 파고드는 시늉조차 못했다. 수사의 기본임에도 실세들에 대한 계좌추적은 아예 하지 않고 맹탕 수준의 서면질의서로 대체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는 잘 따랐다. 참여정부 당시 성완종 특별사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본류는 놔두고 곁가지만 치는 데 충실했다. 그 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가 2007년 말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부탁과 함께 5억원가량의 이익(노씨 측근 건설사의 하도급 금액 과다 지급)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으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하지만 이 부분이 맞다 하더라도 참여정부와 연결됐다는 증거는 없다. 항상 죽은 권력만 부관참시해 온 정치검찰 행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리스트에 등장하지 않은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의 금품수수 의혹을 막판에 제기한 건 물타기 수법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혐의가 드러나면 누구든 조사를 받아야 하겠지만 물증도 없이 여야 한 명씩을 기계적으로 끼워 넣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본질이 흐지부지된 부실 수사에 국민은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살아 있는 권력에 약한 검찰이 특별검사 도입을 자초하고 있다.
[사설] 의혹만 남기고 흐지부지 끝난 성완종 리스트 수사
입력 2015-07-03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