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에 대한 예의도 책임감도 없는 집권세력

입력 2015-07-03 00:50
집권세력이 시쳇말로 콩가루 집안이 돼 버렸다. 여당은 친박, 비박으로 갈려 연일 싸움이고, 청와대와 여당 간에는 서로 얼굴조차 보지 않으려고 한다. 이러고도 국정을 정상적으로 챙긴다고 할 수 있겠나. 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지금 집권당의 상황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국정 논의는 고사하고 유승민 원내대표 퇴진 문제를 놓고 회의 참석자들 사이에 막말이 오갔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자당을 비유해 “콩가루 집안” 운운하며 퇴진을 거론했고, 김무성 대표는 회의를 일방적으로 끝냈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김 최고위원을 향해 “해도 너무한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김 최고위원은 “뭐 이런 회의가 다 있어”라고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아마도 회의가 계속됐다면 더 큰 싸움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동안 유 원내대표 퇴진을 요구하며 회의에 불참했던 친박계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여당과 기획재정부의 당정협의(1일)에는 유 원내대표가 불참했고, 청와대 비서실장이 출석하는 국회 운영위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취소됐다. 운영위가 3일 다시 잡히기는 했으나 청와대와 여당이 밝힌 회의 취소 이유는 각각 달랐다. 김 대표는 1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민주평통 17기 출범식에 가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과) 대화할 기회도 없고, 그만큼 한가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불통을 넘어 아예 대면조차 불편해 하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 초청으로 중견 5개국 국회의장 협의체(MIKTA) 참석차 방한한 외국 국회의장들과의 청와대 오찬이 갑자기 취소되고 예방으로 대체됐다. 결과적으로 정의화 국회의장이 행사에 빠지게 됐다. 정 의장의 국회법 개정안 처리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일이다. 여권의 내홍이 국제 행사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청와대 정무 기능도 사실상 마비 상태다. 정무수석은 장기간 공석인 데다 누가 가든 지금 청와대 상황이나 여당 분위기로 볼 때 제대로 기능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병기 비서실장 체제도 그렇게 불통 지적을 받았던 전임자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청와대 비서실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 이는 여권 내에서 별로 없다.

여권 수뇌부가 서로 얼굴을 돌리고, 여당 최고위원 회의에서는 막말이 오가고,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함께하려 했던 국제 행사는 취소되고, 당정협의는 회의 주재자를 배제시키고, 도대체 국민들 보기에 민망하지 않은가. 서로 배신과 독선으로 낙인찍고 정파적 이익을 향해 나가는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작금의 집권세력 행태는 국민에 대한 예의도 없고, 책임감도 상실한 정파 이익 추구 집단의 행위라고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