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자폐아 폭행 사건이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의사표시를 잘 못하는 자폐 아동이 동급생에게 꼬집히고 밟혔다며 학부모가 온라인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린 뒤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동급생의 부모는 억울하다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피해자 측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각하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10세 미만 아이들은 형사 책임 능력이 없는 범법 소년으로 분류돼 사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처벌 가능성이 전혀 없기에 조사도 필요 없다고 판단해 진술도 받지 않았다.
우리나라 형사법 체계는 14세 미만의 범행은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은 만 8세여서 10세 이상이면 적용되는 보호 처분도 불가능하다. 경찰은 절차를 준수했을 뿐이다.
그러나 형식 논리를 떠나 경찰의 본분인 인권 옹호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매우 크다. 온몸에 피멍이 들고 성기를 잡아 뜯겨 피를 철철 흘리는 아이를 바라보며 가슴을 쥐어뜯었을 피해자 부모의 마음은 전혀 달래지 못했다. 국가가 국민의 응어리를 풀어주지 못한 것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의 부모도 결백을 주장하는 자식을 바라보며 답답함이 가슴에 사무쳤을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절차적으로 경찰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이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사소송은 원고가 입증 책임을 지기 때문에 피해자가 자력으로 가해자의 범행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억울함을 스스로 풀라는 요구와 다름없다. 처벌 가능성을 떠나 진상규명을 위해 수사기관이 나선 예는 수도 없이 많다.
논란이 일자 서울시교육청이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소관 부처가 누가 됐든 국가가 국민의 응어리를 속 시원히 풀어주는 모습을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선정수 사회부 기자 jsun@kmib.co.kr
[현장기자-선정수] 자폐아 폭행 사건… 절차 타령만 하는 경찰
입력 2015-07-03 0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