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지만 정부는 정확한 자산 분포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자산 불평등 완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현 상태를 정확하게 나타내는 통계 작성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가 가계의 자산 현황을 조사해 발표하는 자료는 ‘가계금융 복지조사’가 유일하다. 통계청이 2012년부터 금융감독원, 한국은행과 함께 전국 2만 가구를 대상으로 자산 현황을 파악해온 조사다. 문제는 이 조사가 설문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자산이 많은 가구일수록 자산을 줄여 응답하고, 자산이 적은 가구는 자산을 늘려 응답하는 경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실제 자산 분포 현황보다 불평등 정도가 완화돼 표현되는 맹점이 있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일 “가계금융 복지조사는 실제 자산 현황을 왜곡해 표현하는 문제가 있어 관련 연구에 이용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통계청 조사 외에 조세 자료를 통해 간접적으로 자산 현황을 파악하는 방법이 있다.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선진국의 자산 분포 현황을 분석한 방법도 이것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조세 자료에 허점이 많아 이 방법을 이용하기도 쉽지 않다. 금융자산의 경우 개인소득세 과세자료에 있는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 과세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할 수 있지만, 금융소득 연 2000만원 이하인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빠진다. 금융소득종합세를 내는 약 5만명의 금융자산만 알 수 있는 것이다.
또 부동산 자산은 종합토지세나 종합부동산세를 통해 부동산 자산 분포 추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종합 토지·부동산세를 축소해 신고하는 경우가 많아 통계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
상속세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피상속인을 생존했던 전체 부자들로부터 추출된 표본으로 가정하고 자산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현재 이 방법으로 김 교수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상속세를 내는 경우가 적고, 재벌의 경우 편법 승계를 통해 상속세를 피해가는 경우가 많아 상위 0.1%의 재산은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는 논란이 있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은 “‘21세기 자본’이 출판된 뒤 한국에서 관련 논쟁이 심도 있게 진행되지 못한 데에는 자산 관련 기초통계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면서 “소득 불평등보다 자산 불평등이 더 문제되는 현 상황에서 정부가 자산 현황을 정확히 파악할 통계치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세종=윤성민 기자
[자산불평등] 자산 불평등 측정 ‘가계금융 복지조사’ 통계도 부실… 실제보다 불평등 완화돼 표현
입력 2015-07-03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