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국방은 군은 물론 국가의 오랜 숙원이다.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국토를 수호하는 자주국방이야말로 점증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최선의 대책임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정부가 해마다 수조원의 예산을 국내 국방 연구 및 개발에 투입하고 있는 이유다. 지난 한 해 자주국방 분야에 쏟아 부은 예산만 2조3000억원에 달한다. 다른 예산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국방예산은 국가안보와 직결돼 있어 단 한푼도 허투루 쓰여선 안 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군 당국이 자주국방 관련 예산을 엉망으로 관리해온 사실이 2일 감사원 감사로 밝혀졌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모 업체로부터 납품받은 내부피해계측 장비와 전차자동조종모듈 등이 작동 불가능한 데도 합격 판정을 내려 이 업체에 11억여원을 부당 지급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질렀다. 육군의 경우 혹한기에 지속 기간이 입증되지 않은 배터리를 사용하다 감사원에 적발됐다.
해군은 더 한심하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적 탐지 능력을 높이기 위한 신형 레이더 개발이 완료됐는데도 불구하고 해군은 성능이 떨어지는 구형 레이더를 일부 함정에 장착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이 구형 레이더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십 건의 고장이 발생한 고물이어서 과연 해군이 천안함 폭침 사건에서 교훈을 얻기나 한 건지 의문이 든다. 그런가하면 방위사업청은 수준 미달 업체와 세계 최장 전술교량 제작 계약을 체결해 전술교량 전력화가 4년 이상 지연되는 잘못을 범했다.
자주국방 사업이 얼마나 방만하면 감사원이 “군 기술을 발전시키기는커녕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했을까. 군 당국은 방산 비리가 터질 때마다 “이적행위로 다스리겠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달라진 게 없다. 비록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사과하긴 했으나 군 고위층들이 방산 비리를 ‘생계형 비리’ 정도로 여기니 뿌리가 뽑히지 않는 게 아닌가.
[사설] 이적행위와 다를 바 없는 국방연구개발 부실관리
입력 2015-07-03 00:54